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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소요유

좋은 음반들

좋은 음반들

좋은 음악과 노래에는 감동이 있고, 인생이 있다.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고,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지난 기억들을 불러온다. 음악에 관해 전문 지식은 없지만, 들으면 어떤 음악이나 노래가 좋은지는 알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은 반복적이고 중독성이 강하지만, 여운이 없고 쉽게 질린다. 인기있는 노래라 하더라도 1~2주를 넘기기 어렵고, 또 다른 비슷한 신곡이 나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노래에서 사랑과 삶은 사라지고, 말초적 자극만 남았다.

자주 듣는 음반들은 이미 몇 십년이 지난 것들이지만, 그렇게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더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더러는 이미 무대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음악은 여전히 가슴 속에 살아 있다.

자주 듣는(또는 들었던) 음반들을 적어 본다.

  •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1993: 김광석은 우리 시대의 청춘이었다.
  •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1995
  • 김현식, 2집, 1984
  • 김현식, 3집, 1986
  • 넥스트, 2집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1994
  • 델리 스파이스, Deli Spice, 1997
  • 들국화, 1집 들국화, 1985
  • 루시드 폴, 1집 Lucid Fall, 2001
  • 미선이, Drifting, 1998
  • 봄여름가을겨울, 1집 봄여름가을겨울, 1988
  • 브라운 아이즈, 1집 Brown Eyes, 2001
  • 양희은, 1991 그 해 겨울, 1991
  • 어떤날, 어떤날 I, 1986
  • 어떤날, 어떤날 II, 1989
  • 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1987
  • 이문세, 4집, 1987
  • 이문세, 5집, 1988
  •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2009
  • 토이, 6집 Thank You, 2007

노무현의 글쓰기

노무현의 글쓰기

참여정부 연설문 작성 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글쓰기(특히, 연설문)에 관한 한 최고의 안목과 역량을 갖춘 정치인이었다. 수구 기회주의 세력들은 그의 말투를 문제 삼아 끊임없이 그를 헐뜯었지만, 연설에 관한 한 노무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가였다. 강원국이 펴낸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에 노무현 대통령이 비서관에게 내린 32개의 글쓰기 지침이 나온다. 그것은 연설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 쉽고 친근하게 쓰게.
  •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 중요한 것은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서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네.
  •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pp. 19-21>
이 나라는 한때 이런 수준을 대통령을 가졌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얘기 같지 않은가.
도덕봉에 오른다고

도덕봉에 오른다고

5월의 산은 아기의 솜털 같다.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이다. 그 싱그러운 푸르름이 막 피어오르는 5월의 산. 그 산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하다.

오랜만에 계룡산 수통골에 있는 도덕봉에 올랐다. 도덕봉에 오른다고 더 도덕적인 인간이 되지는 않겠지만, 도덕봉을 포함한 모든 산들은 인간을 조금 더 겸손하게 한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연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다.

산행은 대전과 공주의 경계인 삽재에서 시작되었다. 도덕봉과 자티고개, 금수봉삼거리를 거쳐 수통골로 내려왔다. 산행 거리는 약 8km 정도고, 시간은 약 3시간이 걸렸다. 원래는 금수봉과 빈계산까지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산행 전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산넘어산GPS라는 앱을 받았다. 이 앱을 이용하니 산행동안 거의 모든 행적이 기록되었다. 바야흐로 이제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대에 사는 것이다.

블로그에 산행의 흔적을 남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림을 첨부한다.

도덕봉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지만,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먼저 간 자식을 잊지 못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피눈물을 어찌할 수 없다.

자식의 시신 수습이 유일한 희망이 된 부모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무심한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차라리 꿈이기를, 악몽이기를 수천 번 수만 번 기도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달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지만, 어떤 종교의 신도 응답하지 않았다. 깊고 깊은 슬픔은 그렇게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고, 먼저 간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자식을 잃은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 아픔은 잊혀지지도,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옆을 지켜주는 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김광석의 노래를 요즘처럼 아프게 들은 적도 없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렇듯 사랑했던 것만으로
그렇듯 아파해야 했던 것만으로
그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들

<김광석, 그날들>

Windows 8.1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8.1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7을 몇 년 사용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구글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였다. Windows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은 다시 설치해야 제대로 돌아가기에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몇 달 전에 사놓은 SSD도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해 그냥 방치했었는데, 이번에 같이 설치했다. Windows 7을 버리고 Windows 8.1로 판갈이를 했다. 인터페이스가 조금 생소하기는 했지만, 부팅 속도는 마음에 들었다.

Windows 8.1에서 사용하는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정리해 본다.

  • Adobe Acrobat XI Pro
  • Adobe Photoshop CS6
  • Avast Free Antivirus 2014
  • CCleaner
  • EndNote X7.1
  • FileZilla
  • Google Chrome
  • Hancom Office Hangul 2014
  • Microsoft Excel 2013
  • Microsoft PowerPoint 2013
  • Microsoft Word 2013
  • Notepad++
  • PuTTY
  • VLC Media Player
  • WinRAR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2014년 4월 16일, 300명 넘는 사람들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었다. 이것은 불가항력의 선박 사고가 아닌, 미필적 고의와 구역질나는 탐욕이 부른 학살에 가까운 인재였다. 죽은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부모들은 피를 토하며 울부짖었다. 참혹한 슬픔과 절망이 차라리 악몽이길 빌었다. 아이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어머니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을 보면 우리는 ‘축하한다’고 말하고 유가족들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사과할 시간 있으면 잠수부들 안마나 해달라”, 노컷뉴스>
시신 찾은 것을 축하해야 하는 현실, 이것을 견디어야 하는 가족들, 그 말을 전해들어야 하는 국민들, 이 모습은 악몽보다 지독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2012년 12월, (비록 냉소적이었지만) 안녕하길 바랬는데, 그것은 그냥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슬픔은 늘 그렇듯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았고,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은 기억 뒷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또다른 탐욕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을 것이고, 깨어있는 몇몇은 또다시 그들의 안녕을 기도할 것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지난 번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관계 당국은 각종 의혹에 대해 단 한 번도 명쾌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결정적 증거들은 공개되지 않거나 변조되었고, 관련자들의 증언은 엇갈리며, 말도 안 되는 변명만이 난무할 뿐이다.

김어준의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추론은 (비록 그가 소설이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데 해경의 변명보다 훨씬 근거 있고 타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종합해보면, 학생 250여명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되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침몰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고, 학살에 가까운 살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천안함 때의 희생자들은 군인들이었고, 유가족들을 금품으로 회유하였으며, 전가의 보도 북한산 파란 매직 1번 어뢰로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과 거짓말을 동원하여 이 사건을 무마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그 학생들의 죽음을 돈으로 회유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북한산 어뢰 핑계도 댈 수 없는데 과연 색깔론이나 종북론으로 입막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세월호 사건을 덮을만한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아마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다.

어른들을 믿지 마라

어른들을 믿지 마라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되도록이면 이 땅의 어른들을 믿지 마라. 특히, 출세하고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 중 열에 아홉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족속들이다. 정치인을 믿지 말고, 재벌들을 믿지 말고, 언론과 기자들을 믿지 말고, 고위 관료들을 믿지 말고, 판검사들을 믿지 마라. 그들 대부분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거짓말을 잘하고, 탐욕스럽고, 염치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너희들의 생명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다. 너희들의 삶과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침몰로 300명이 넘는 학생과 승객들이 물에 빠졌는데도 선장이란 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랐다. 정부와 해경도 너희들을 구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누굴 탓하겠느냐. 단 한 번도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이 빌어먹을 땅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 이 비루한 땅에 태어난 것을 탓할 수 밖에. 비록 너희들이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땅의 그 모든 무책임과 탐욕과 거짓의 찌꺼기들을 가장 약한 고리인 너희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너희들의 죽음 앞에 많은 어른들이 짐짓 미안해하고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을 믿지 마라.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또다시 숨쉬기조차 힘든 죽음의 길로 너희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정글로 너희들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하며 썩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너희들의 삶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돈, 명예, 권력만을 쫓는 부나비들이다. 그들이 너희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할 때, 저 남해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250여명의 너희 친구들을 기억해라.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을 차디찬 바다 속에 남겨놓은 채, 혼자만 살겠다고 구조선을 맨먼저 탄 늙은 선장의 면상을 기억해라. 2014년 4월 16일, 너희들은 이 땅의 어른이라고 불리는 족속들의 민낯을 보았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또다시 너희들의 영혼에 상처를 줄 것이고, 협박과 공포로 너희들을 휘어잡으려 할 것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탐욕의 좀비들이다.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들을 닮아갈 것이다. 이기심이 너희들을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 기억하라. 2014년 4월 16일을. 그리고 이 땅의 어른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조롱과 연민의 미소를 날려라. 세월호 참사로 먼저 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이 여기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하고, 사랑과 정의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곳이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백화난만

백화난만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올 무렵, 꽃들은 순서를 지키며 하나둘씩 피는데, 올해는 지난 주부터 시작된 때아닌 고온으로 모든 꽃들이 너도나도 서둘러 피어 버렸다.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그리고 벚꽃을 3월의 끝자락에 동시에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야말로 천지에 꽃사태가 났고, 눈이 부시다. 말로만 듣던 백화난만(百花爛漫)이 바로 이런 것이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건만, 이 봄은 그리 길지 않을 듯하다.

나무들은 서둘러 꽃을 피우고 잎을 내어, 곧 다가올 여름을 맞이할 것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은 이제 한달 남짓 꽃으로 흔적만을 남긴다. 이제 푸르지만 무더운 여름이 올 것이고, 세월은 그렇게 흐를 것이다.

2014년 봄이 백화난만 속에서 속절없이 가고 있다.

다자이후 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다카오 선생을 만난 것도 선생과 같이 다자이후(大宰府)에 간 것도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삶이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선생은 큐슈국립박물관에 간다고 했었고,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었다. 안 갈 이유가 없었기에 선생을 따라 나섰고, 선생은 박물관을 보기 전에 텐만구(天満宮)에 들르자고 했다.

텐만구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와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기리는 유명한 신사이다. 텐만구 본전 앞에 토비우메(飛梅)는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데, 미치자네의 아름다운 시에 감응하여 교토에서 날아왔다 한다.

동풍이 불면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다오
매화여, 주인이 떠났다고 봄을 잊지 말고

東風ふかば におひおこせよ
梅の花 あるじなしとて 春な忘れそ

봄바람에 매화 향기가 천 년 넘은 녹나무 아래로 퍼지고, 마음 심 모양의 연못에는 금빛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복을 빌고 나오는 길에 우메가에모치(梅ケ枝餠)를 한 입 베어물고 있었다.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만난 봄은 매화 향기와 함께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