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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Life

청춘

청춘

그거 알아요.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걸. 나이가 들면 몸은 늙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일흔이 넘은 노인들도 언제나 마음은 이십대라고 하잖아요. 그게 빈 말이 아니예요. 세월의 가르침을 잘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넓어지고 깊어질 뿐, 늙지는 않아요.

청춘은 물리적인 나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예요.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거예요. 마음이 늙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청춘으로 남을 수 있어요. 모든 건 깨달음과 선택이고,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린 거예요.

세상은 탐욕과 공포로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그것들로부터 벗어나서 늘 청춘을 누려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단지 깨닫지 못할 뿐이지요. 회색신사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여유를 가져야 해요. 시간이라는 관념은 환상이고, 바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회색신사들에게 길들여진 걸 의미해요.

마음은 늙지 않고, 세상에 바쁜 일은 없어요. 욕심을 버리고 순간순간을 즐기기 바라요. 그러면 아무런 걱정이 없지요. 우리들은 언제나 청춘인 걸요.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dy of twenty.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Worry, fear, self-distrust bows the heart and turns the spirit back to dust.

Whether sixty or sixteen, there is in every human being’s heart the lure of wonder, the unfailing child-like appetite of what’s next, and the joy of the game of living. In the center of your heart and my heart there is a wireless station;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courage and power from men and from the Infinite, so long are you young.

When the aerials are down, and your spirit is covered with snows of cynicism and the ice of pessimism, then you are grown old, even at twenty, but as long as your aerials are up, to catch the waves of optimism, there is hope you may die young at eighty.

<Samuel Ullman, Youth>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이다. 청춘은 인생이란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한 삶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다.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살 노인이 더 젊을 수 있다. 나이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된다.

예순이든 열여섯이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어린이처럼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즐거움과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엔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 다른 사람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의 교류가 끊기고 영혼이 비난의 눈에 덮여 슬픔과 탄식의 얼음 속에 갇힐 때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는다. 고개를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사무엘 울만, 청춘>

행복한 사내

행복한 사내

생일을 맞아, 아내와 딸한테 이런 축하를 받는 사내는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세상을 아니 우주를 움직이는 궁극적인 힘은 사랑임을 믿는다.

아내의 생일카드

딸의 생일카드

행복하게 사는 비법

행복하게 사는 비법

몇해 전 처음으로 했던 결혼식 축사의 일부다. 이 축사와 별 관련은 없겠지만, 여하튼 그 신랑 신부는 슬기롭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전략>

언젠가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분하고 똑똑하고 착한 신랑에,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아름다운 신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신랑 신부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전혀 모르던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한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서로를 보듬어 주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인연은 하늘이 내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한 운명론자입니다.

이렇게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에게 제가 알고 있는 “행복하게 사는 비법” 세 가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들은 흔히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 말합니다. 우리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려 합니다. 하지만, 어느 성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게 됩니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들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미래의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의 첫 번째 비법은 행복을 미래의 목표로 삼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의 두 번째 비법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의 연봉을 비교하지 말고, 아내의 외모를 비교하지 말고, 아이들의 성적을 비교하지 마십시오. 행복은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신랑에게는 신부가, 그리고 신부에게는 신랑이 이 세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반려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비교와 경쟁은 행복의 가장 큰 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혼자만 잘 살고, 혼자만 행복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파랑새입니다.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오늘 결혼하는 신랑 신부는 지금 이 순간 무한히 행복할 것이며, 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들도 이 아름다운 신랑 신부를 보면서 행복하실 겁니다. 이렇게 축사를 하는 저도 가슴 깊이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결혼에 관한 시 한 편을 낭송하며, 이 축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신랑 신부가 늘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길 축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개미약

개미약

건물관리인이 개미약을 놓으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개미약에는 유인물질이 들어있어 개미들은 먹이인 줄 압니다. 개미들이 이 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가 모두 나누어 먹게 되면, 개미집에 있는 모든 개미들은 죽게 되지요.”

개미들이 하나씩 둘씩 개미약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기 종족을 몰살시키는 독약인지도 모든 채, 본능으로 내재된 근면성 하나로 부지런히 개미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밤새 죽어간 개미의 시체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몇몇은 아직도 고통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몇몇은 여전히 개미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갔다.

독약을 먹고 밤새 몸부림쳤을 개미들을 생각해본다. 그 고통을 깨닫지 못하고, 본능대로 독약을 먹이인 줄 알고 집으로 물고 들어가는 개미들이 처연하다. 죽음에 다다르기가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울 줄이야.

어차피 죽일 개미였다면, 고통없이 단숨에 죽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개미약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세 가지 메세지

세 가지 메세지

이븐 알렉산더가 죽음 너머의 세계에서 가져온 세 가지 메세지는 다음과 같다.

“그대는 진실로 사랑받고 있고 소중히 여겨지고 있어요, 영원히.”

“그대가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대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없어요.”

<이븐 알렉산더, 나는 천국을 보았다, p. 60>

세상을 지배하고 지탱하는 본질은 오직 “사랑”이라는 이 메세지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안도하게 한다. 욕망과 공포가 떠나가고 오직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죽음 너머 세계뿐만 아니라 죽음 이전의 세계도 천국이 될 것이다.

오늘도 딸아이는 전화기에 대고 말한다. “아빠, 사랑해.” 그 한마디가 세상을 천국으로 만든다.

악(惡)이 존재하는 이유

악(惡)이 존재하는 이유

이븐 알렉산더는 잘 나가는 뇌과학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였다. 그는 (성인 천만명 당 한 명 꼴로 발병할 수 있는) 원인모를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7일간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다.

존재의 근원이 들려준 악(惡)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증거하였다.

악이 불가피한 이유는, 악이 없으면 자유의지가 불가능해지고 자유의지가 없으면 우리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신이 염원하는 그런 모습으로 되어갈 기회가 없게 된다. 우리의 세계에서 때로는 악이 끔찍하고 매우 강력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더 큰 그림에서 본다면 사랑이 지배적이고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둘 것이다.

<이븐 알렉산더, 나는 천국을 보았다, p. 71>

이러한 설명은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박사의 말과 맥이 닿아 있다. 증거는 계속 쌓여가고 있고, 첨단 과학자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전기 나간 날

전기 나간 날

아침에 출근하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사무실 형광등은 빛을 발하지 않았다. 컴퓨터에 전원 공급이 끊겼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았다.

사방이 고요한 침묵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책상 앞에 앉아 묵혀 둔 책을 꺼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 하루 종일 그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여직원에게 제발 시설팀에 전화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여직원은 피식 웃으면서 시설팀에 전화를 걸어 닥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쯤 세상은 다시 소음 속으로 되돌아갔다.

일주일에 한나절 쯤은 전기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책을 보든지, 동료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침묵 속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프리지아

프리지아

아름답고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오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던 그런 날이었다.

싱그러운 젊은 아가씨가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을 들고 왔다. 평소에 안면만 있을 뿐이었고,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했는데,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프리지아를 건넸다. 난데없는 꽃다발에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프리지아 향기가 그윽하게 퍼졌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순진, 천진난만, 깨끗한 향기이다. 그녀는 프리지아처럼 청초하고 천진난만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기도 한다. 봄날의 노란 프리지아처럼 말이다.

프리지아

외할머니

외할머니

열평 남짓한 병실에 여덟 개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에 누운 노인들의 절반은 의식이 없었고, 나머지 절반도 거동할 수 없었다. 희미한 전등 아래, 노인들은 모두 초췌하고 힘들어 보였다.

외할머니는 병실 문에서 두번째 침대에 누워 계셨다. 할머니의 얼굴과 몸에 여러 가지 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산소가 맹렬히 주입되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호흡은 힘들었고 맥박은 불규칙했다.

젊은 의사는 할머니가 오늘밤을 넘길 수 없으니 준비를 하라고 건조하게 말했다. 병원에서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기계를 동원해서 강제로 숨을 쉴 수 있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할머니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히 얘기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가 눈을 번쩍 뜨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동공은 이미 빛을 잃고 있었다. 가족들이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어렸을 적, 외가는 대도시 시내 한복판 산동네에 있었다. 시외버스를 내려 시장을 지나고, 고불고불 산동네 골목을 통과하면 언덕배기에 외가가 있었다. 그 집에는 깊은 마당이 있었고, 나무들이 울창했다. 산림청에 오래 근무하셨던 외할아버지는 멋진 나무들을 많이 키우셨다.

외가는 낡았지만 서너 채의 건물이 있었고 작은 방들이 많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그 방들을 이용하여 하숙을 하셨다. 외가에는 언제나 젊은 하숙생들로 북적였고, 생기가 넘쳤다. 할머니는 그 집에서 7남매를 키우셨다.

할머니는 호탕한 여장부셨고, 음식 솜씨는 거의 인간문화재 급이었다. 잔치를 하면 그 산동네 사람들을 죄다 먹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떡과 한과, 그리고 누룩술의 달인이셨다. 언젠가 한 번은 할머니가 선짓국을 해주셨는데 생전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지만,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할머니는 동네 친구들과 화투놀이를 즐기셨는데, 때로는 밤을 새기도 하셨다. 사람들은 화투놀이가 치매예방에 좋다고 하지만, 지나친 화투놀이는 노인들의 관절에 치명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는 관절에 이상이 왔고, 거동이 불편하게 되었다.

외가가 있던 그 산동네도 도시 계획에 따라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었다. 낡았지만 운치있었던 외가도 절반이 개발 구역에 들어 집가운데로 도로가 나고 말았다. 낡은 집들을 헐어내고, 조그마한 건물을 지었지만 더 이상 예전의 그 집이 아니었다. 자식들은 그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했지만, 할머니는 그 동네를 떠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두달이 되었다. 지금은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할머니도 안 계신다. 예전의 그 낡고 정겨운 외가도 사라졌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추억, 외가에서의 추억은 오롯이 남았다. 흘러 갔지만, 그 아름답던 시간들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그런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다.

할머니,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세요. 사랑합니다.

면접

면접

아주 젊고 예쁜 아가씨가 면접을 보러 왔다. 배우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수수하고 단아하며 지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녀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조리있게 대답했다. 그녀와의 대화는 어느덧 면접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만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연인이나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듣지 못한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들을 수는 없지만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결혼하여 낳는 아이도 역시 들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청각에 관한 아주 특이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상관 없었다.

다른 면접관들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그녀를 뽑기로 했다. 별다른 경력이 없음에도 거절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녀를 꼭 뽑아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했다. 너무 아쉬워 그녀를 거듭 설득했지만 그녀는 조용히 웃기만 했다.

깨어 보니 꿈이었다.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