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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Life

운명, 순간

운명, 순간

1990년대 왕가위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우울하고 쓸쓸하지만 때로는 나른하고 몽환적이기도 한 그의 영화는 내 젊은 날 초상의 한 조각이었다.

비루하면서 부조리한 현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그리고 방황, 그 안에서 우연히 찾아오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내 삶과 그의 영화는 기묘하게 뒤섞이면서 엇갈렸다. 그의 영화를 외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아비정전(阿飛正傳)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리 1분 동안 함께 했어.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

그는 이 1분을 잊겠지만, 난 그를 잊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는 1분이 순간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영원일 수 있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아비와 소여진은 그 1분을 함께 할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삶의 모든 순간은 운명이다. 그리고 순간순간 살아지는 것이다.

만트라

만트라

해공 선생이 제자들을 위해 만든 21가지 순수 진리의 만트라다.
  1. 독립된 개체로서의 나는 본래 없다.
  2. 모든 것의 근원인 참나는 본래절대다.
  3. 실재와 허상은 하나다.
  4. 찾는 자가 찾고 있던 대상이다.
  5. 삶은 연기 법칙으로 저절로 펼쳐진다.
  6. 이 세상은 한바탕 꿈이다.
  7. 인생은 한 편의 코미디다.
  8. 참나는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다.
  9. 오직 참나만이 존재한다.
  10. 현상만 있을 뿐 행위자는 없다.
  11. 보는 자는 없고 오직 봄만 있다.
  12. 현상적 무아가 절대적 진아다.
  13. 드러나도 하나, 사라져도 하나다.
  14. 있는 그대로 진리다.
  15. 내가 했다, 네가 했다 착각 없이 있는 그대로 보라.
  16. 나와 너는 대상이 아니다.
  17. 현상으로만 나와 너이지, 근원으로서의 절대는 그냥 하나다.
  18. 내가 곧 절대임을 확신하게 되면 개체로서의 연극은 끝이 난다.
  19. 깨달음은 개체적 자아가 본래 없음을 체득하는 것이다.
  20. 파도치는 바다만 있을 뿐 파도는 없다.
  21. 항상 근원에서 전체를 통째로 보라.
<해공, 깨달음으로 가는 위빠사나 명상,  p. 279-280>
절망을 대하는 자세

절망을 대하는 자세

살다 보면, 절망이 엄습할 때가 있다. 거듭된 실패와 시련으로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그것을 사람들은 운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수천년 전부터 그 절망적 상황은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들의 이성으로 그 수천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논리적인 설명을 부여하기는 불가능하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라고 하늘을 원망하거나 삿대질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어쩔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어쩔 것인가.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가르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런 절망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은 이번 생에서 꼭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절망적 상황은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 상황을 극복하게 되면 사람은 한층 깊어지게 마련이다.

잘 알려진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보면 왜 절망이 축복인지 알게 된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지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을 삼으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덕을 베푸는 것을 헌 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적은 이익으로 부자가 되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당하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보왕삼매론>

시련과 실패는 사람을 깊어지게 한다. 절망을 이겨내면 더욱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비오는 날을 몹시 좋아한다. 주룩주룩 싱그럽게 내리는 봄비도 좋고, 추적추적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가을비도 좋다. 그런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포근하고 아늑해진다. 마치 엄마의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가 양수 속에서 유영을 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비오는 날 파전이나 김치전을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하고 담백한 칼국수 한 그릇도 괜찮고. 비오는 날, 고구마를 삶아 놓고 만화책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여름에는 열무김치를 좋아하고, 겨울에는 동치미를 즐겨 먹는다. 내가 더 늙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열무김치와 동치미를 담는 법이다. 아니면 마눌님께 배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맞는 수가 있다.^^

한때는 시를 꽤나 좋아해서 시집을 자주 들춰 보곤 했다. 백석이나, 신경림, 황지우 등의 시들을 많이 봤었다. 류시화를 오해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내공을 알고 나서 류시화의 책은 빠짐없이 본다. 지금도 책을 좋아해 줄기차게 사서 보기는 하는데, 소설이나 시를 예전만큼 보지는 않는다. 주로 건강 서적이나 종교 서적, 그리고 고전들을 보고 있다.

집에 오래된 기타 한 대가 있는데, 고등학교 때 조금 배운 기타 실력으로 반주를 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긴다. 비오는 날, 기타를 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 듯 노래를 부른다. 마눌님의 품평은 생긴 것에 비해 목소리는 괜찮다고 하는 편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고, 어떤날과 루시드폴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이병우의 기타 연주도 좋아한다.

민중가요가 좋아 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적도 있었고, 복음성가가 좋아 교회에 다닌 적도 있었다. 젊었을 때 노래방에 자주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들이 “노래방집 아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노래들을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었을 뿐더러 요즘 노래들은 듣는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쉬는 날에는 자주 산에 가려고 한다. 땀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만큼 몸을 정화시키는 것도 없을 듯하다. 제일 좋아하는 산은 계룡산인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태어난 곳이 계룡산 근처이다 보니 계룡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착각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제주의 올레도 좋고, 지리산 둘레길도 좋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숲 속을 걷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혼자 걸어도 좋고, 마눌님과 같이 걸어도 좋다. 편백나무 숲도 좋고, 전나무 숲도 좋고. 숲 속을 걸으면서 나무와 바위와 얘기하는 것도 좋다.

딸아이와 같이 미야자키 할아버지의 만화영화를 자주 보곤 하는데, 토토로는 백 번도 더 본 것 같고, 나우시카도 거의 그 정도 본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은 미래소년 코난. 그 녀석의 발가락이 너무 부러울 정도였으니까. 미야자키의 만화영화는 빠짐없이 즐겨 본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이창동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그의 첫작품인 “초록물고기”를 좋아한다. 그 당시 한석규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다. 한석규를 좋아했던 이유는 혹시 내가 (특히 내 목소리가) 한석규를 닮지 않았나하는 착각 때문이었다. 물론, 마눌님은 아니라고 하셨다. ㅠㅠ 이창동 감독의 최근 영화 “시”도 너무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외국 영화 중에는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같은 SF영화들을 즐겨본다.

딸아이와 쎄쎄쎄를 자주 하는데, 요즘은 딸기아줌마 가위바위보를 배워서 놀고 있다. “딸기아줌마 딸기아줌마 주먹을 내세요 파송송 계란탁”하면서 상대방의 머리를 툭하고 치는 것이다. 가위를 내세요 하면, “파리모기 에프킬라 칙칙”하면 된다. 예전에는 공기놀이도 자주 했었는데, 딸아이는 우리동네 아빠 중에서 내가 제일 공기를 잘 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딸아이가 나보다 공기를 더 잘 한다.

“이런 잡문을 쓰다 보니 한도 끝도 없네. 어떡하지, 지금 끝내면 아쉬워서.”

“이월해.” “이월~, 이월~, 이월~”

그래, 오늘은 그만 자고 다음에 짜투리 시간이 나면 또 쓰지 뭐. ㅋㅋ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고래가그랬어 교육연구소와 경향신문이 함께 진행하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을 오늘에야 알게 되어 허겁지겁 참여하였다.

이 일곱 가지 약속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기본으로 공유해야 할 덕목임에도, 이 나라에서는 서로 약속을 해야 하는 운동이 되어 버렸다. 서글픈 현실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매달 고래를 만들어 주고 이런 교육운동을 실천하는 김규항과 일꾼들에게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고래는 우리 딸아이가 가장 기다리는 책 중에 하나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여 우리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참여하기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매력적인 연설문

매력적인 연설문

지난 봄에 딸아이가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에 출마하면서 했던 연설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 후보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을 칭찬할 때 엄지손가락을 들지 않습니까? 제가 바로 이 엄지손가락의 주인공 기호 1번 OOO입니다.

여러분! 저는 이 학교에 전학와서 전교생이 항상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모두가 인사를 잘하는 예의바르고 성실한 학교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한 장님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한 장님 할아버지가 밤에 손전등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걸어가던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앞이 안 보이시는데 왜 손전등을 들고 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나는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밤길에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장님 할아버지처럼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뽑아 주신다면 서로서로 배려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호 1번 OOO을 기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서로서로 배려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아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덕목 중 하나인 배려를 이미 알아버린 딸아이가 기특하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스승이자 거울이다.

어버이날, 사랑하는 딸이 보낸 편지

어버이날, 사랑하는 딸이 보낸 편지

아침에 이메일을 열어 보니, 딸아이로부터 편지가 와 있었다. 어버이날이라고 엄마 아빠한테 제법 그럴 듯한 편지를 보낸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이런 편지를 보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처지가 뒤바뀌어 버렸다. 딸아이의 마음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사랑하는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요즘은 파릇파릇한 초록빛 나뭇잎이 한창 피어나면서 나무가 옷을 갈아입는 것 같아요. 이제 여름이 되려나 봐요. 햇살도 따뜻하고요. 저에게 햇살만큼 따뜻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곁에 있어 주시고, 제가 아플 때 잠들 때까지 간호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이제 엄마 피곤하실 때 옆에서 심부름이랑 안마 많이 해드릴께요.

아빠, 제가 아플 때 일찍 퇴근해서 함께 놀아주시고 기분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보고싶은 영화나 책을 아낌없이 사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책을 많이 읽어서 훌륭한 사람이 될께요.

엄마, 아빠! 은하수에 있는 별들 보다도 많이 사랑해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12. 5. 7.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예쁜 딸 올림

“은하수에 있는 별들 보다도 많이 사랑”한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어린 녀석이 어디서 이런 표현을 배웠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천사같은 아이들을 가진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오늘 하루 만큼은 부디 행복하시길.

사위어가는 고향

사위어가는 고향

어릴 적, 추석에 고향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고향가는 사람들로 꽉 들어찬 버스는 차리리 꽁치통조림이었다. 비포장길을 먼지 풀풀 날리며 굽이굽이 달렸던 통조림 버스 속에서 고향은 여전히 아득했다. 서너 시간의 고생 끝에 드디어 당도한 고향은 생기와 위안을 주었다. 시골이라도 북적거렸고, 명절 냄새가 가득했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은 변했다. 고향을 지키던 사람들은 이제 모두 팔순이 넘거나 아니면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많은 것이 편리해졌지만, 고향은 점점 소멸해가고 있었다. 뜨거운 가을 볕에 팔순을 넘긴 농부 몇이 밭에 엎드려 힘겨운 노동을 견디고 있을 뿐, 그 예전의 북적거림과 생기는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면, 고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노인들은 해가 다르게 야위어가고 기력을 잃었다. 머리 맡에 한 바구니의 약봉지만이 그들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이들도 오래지 않아 떠날 것이다. 고향에는 빈집들만 덩그러니 남을 것이고, 논밭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무성할 것이다.

명절에 찾은 고향은 점점 사위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곧 사라져 버릴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은 그렇게 사라질 것이고, 사라지는 것은 그리움의 여운을 길게 남길 것이다. 고향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 아련함을 추억하며 살 것이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다

뜨거운 태양이 서산으로 떨어지고, 붉은 노을의 흔적도 점점 사라지면서 땅거미가 내렸다. 작렬하던 태양의 뜨거운 빛이 사위어 가면서 바람이 불었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바람이 불었다.

이름 모를 풀들이 춤을 추었고, 숲의 나무들이 흔들렸다. 저수지에 갇힌 물들이 바람을 타고 내 앞으로 밀려왔다. 나는 한 포기의 들풀이 되었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바람이 부는대로 내 몸을 맡겨 버렸다.

바람 부는 한여름 밤에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앞산마루에 길쭉한 달이 떠올랐다. 바람은 달을 밀어 올렸고 별들을 은하수 너머로 흐르게 했다. 그 별들을 따라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시간이 멈췄다. 바람이 불었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텅 빈 풍경과 함께 모든 욕망은 침잠했다.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아픔은 바람과 함께 내 곁을 떠났다.

바람은 누군가의 노래를 싣고 왔다.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의 노래가 들렸다. 세상에 온 이유를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만 알 수 있는 그 원죄와도 같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

바람은 그들의 슬픔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여행자들의 삶은 바람과 함께 번져 나갔다.

7월의 어느 밤에 바람이 불었다.

기도

기도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리라.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 나서, 식사를 하기 전에, 일을 끝마치고 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위대한 자연과 어머니 대지와 나와 관계하는 모든 이들 앞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리라.

늘 온화하고 겸손하고 충만하게 삶을 대하리라.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고 검박하게 삶을 누리리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예견하지 않고, 언제나 순간순간에 충실하리라. 분노보다는 용서로, 두려움보다는 자비로, 미움보다는 사랑으로 삶을 채우리라.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의 행복을 기원하리라.

식사 기도

이 음식을 주신 하느님(위대한 정령)께 감사드립니다. 곡식들이 자랄 수 있게 해 주신 어머니 대지와 힘든 노동으로 그것들을 거두어 주신 농부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음식들의 건강함이 우리 안에 하느님(위대한 정령)의 온전성을 가져다 주기를 기도합니다.

We thank Great Spirit for the resources that made this food possible; we thank the Earth Mother for producing it, and we thank all those who labored to bring it to us. May the wholesomeness of the food before us, bring out the wholeness of the Spirit within us.

<Native American, Prayer before ea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