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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재즈 한 곡

나른한 오후의 재즈 한 곡

햇살이 따사롭다. 봄이 성큼성큼 다가온 것 같은 그런 나른함으로 온몸을 감싼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고, 나무가지가 가볍게 리듬을 타고 있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해변에 갈매기가 날고, 사람들은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다.

1월의 강(리오데자네이로)이라는 도시의 이파네마 해변. 소녀는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입고 맨발로 해변을 거닐고 있다.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머리칼 사이로 사과향이 퍼져나간다. 나른한 오후의 청량감으로 다가오는 향기. 한가롭고 평화롭다. 구리빛으로 그을린 남자들이 그녀를 따라 시선을 돌린다. 그녀를 보는 순간,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버리지만 아무도 고백하지 못한다. 그녀는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은 채 경쾌하게 해변을 걸어간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나른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조아오 질베르토의 기타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나른하면서도 상큼한 목소리가 실려온다. 그 뒤를 따라 온 스탄 게츠의 섹서폰 소리가 일품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나른한 봄날 오후, 보사노바의 명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를 듣는다. 행복은 순간순간 이렇게 스며든다.

Tall and tan and young and lovely,
the girl from Ipanema goes walking
And when she passes, each one she passes goes – ah
When she walks, she’s like a samba that swings so cool and sways so gently
That when she passes, each one she passes goes – aah

Ooh But he watches so sadly,
How can he tell her he loves her,
Yes he would give his heart gladly,
but instead when she walks to the sea,
she looks straight ahead not at him,

(saxaphone solo)

(Ooh) But he sees her so sadly,
How can he tell her he loves her
Yes he would give his heart gladly,
But each day, when she walks to the sea
She looks straight ahead, not at him

Tall, and tan, and young, and lovely,
the girl from Ipanema goes walking
And when she passes, he smiles – but she doesn’t see
She just doesn’t see, She doesn’t see, She doesn’t see……

<The Girl from Ipanema, Astrud Gilberto>

봄에 듣고 싶은 노래

봄에 듣고 싶은 노래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한 날씨라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좀 이르다. 나이가 드니 점점 겨울이 멀어지는 느낌이다. 좀 더 봄이 빨리 왔으면, 어서 왔으면 하고 아침마다 중얼거린다.

봄은 나에게 늘 아련함을 가져다 준다. 따뜻한 공기와 더불어 저 멀리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지만, 봄은 포근하면서도 아련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때의 봄은 매캐한 최류 가스와 함께 시작되었고, 시위대의 소음과 경찰의 진압이라는 긴박감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어김없이 포근하고 아련한 봄은 찾아왔다.

그때 우리들은 봄이면 춘천행 기차를 탔었다. 기타 하나, 소주 몇 병, 라면 몇 개를 챙겨 가지고 그 기차를 탔었다. 기차는 우리들을 대성리, 새터, 강촌, 또는 춘천 등에 내려 놓았고, 북한강 줄기를 바라보면서 밤새 소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울고, 웃고 그랬었다. 벌써 20여년 전 일이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왜 그렇게 엠티를 쫓아다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늘 춘천 가는 기차를 탔던 것 같다.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토론하고, 노래 부르고 그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사그러들지 않고 아련하게 살아서 20여년간 나의 삶을 붙잡아 주었다.

조금은 지쳐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
김광석, 나의 청춘이여

김광석, 나의 청춘이여

노래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에 묻혀있던 옛 기억들이 솔솔 풀려나온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단 한 명의 가수를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김광석을 꼽는다. 그것은 더없이 아름다운 그의 노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와 함께한 나의 청춘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20대, 30대는 어김없이 그의 노래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벌써 12년이 되었다), 그의 죽음은 벼락같이 찾아왔다. 너무도 갑작스런 그의 부음은 전혀 현실감이 없었고, 그 누구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는 분명한 이유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갔다. 마치 기타 하나로 지상에서 1000번의 공연을 해야만 했던 타락천사처럼. 그 공연을 무사히 마치면, 다시 천상의 세계로 되돌아갈수 있었던 바로 그 천사처럼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그가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노래에 뒤섞여버린 내 청춘은 그와 함께 떠날 줄 몰랐다. 그의 부재는 남겨진 그의 노래에 아련함을 더해 주었고, 그가 떠난 이후 나는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를 붙잡고 있었다. 슬픔은 언제나 살아남은 자의 몫이지만, 그가 남긴 노래들로 인해 그 슬픔은 추억으로 승화되었다.

갓 서른을 넘기고,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김광석.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를 떠나 보낸 것도 아니고, 그가 우리를 떠나고 싶었던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점점 우리들 마음 속에 스며들고, 여전히 우리들은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내 청춘은 머무르지 않지만, 김광석의 노래 속에는 오롯히 살아 있다. 내 첫사랑의 추억이 그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 젖어 있듯이. 때문에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죽는 날까지 내 청춘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김광석이여, 나의 청춘이여!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물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어느 하루 바람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천년의 사랑, 성탄절에 부른 노래

천년의 사랑, 성탄절에 부른 노래

성탄절 전날 밤, 꿈 속에서 내가 부른 노래는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이었다. 이 노래를 부르고 부르다가 지쳐 잠을 깨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캐롤도 아니고 성탄절에 “천년의 사랑”이라. 왜 “천년의 사랑”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천년의 사랑”은 인간들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탄절에 듣는 천년의 사랑은 예수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천년이 두 번씩이나 가도 너를 잊을 수 없어, 사랑했기 때문에 라고 예수가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었을까? 역시 꿈보다는 해몽인가.

이대로 널 보낼 수는 없다고

밤을 새워 간절히 기도했지만

더 이상 널 사랑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나도 데려가

내 마지막 소원을

하늘이 끝내 모른척 저버린데도

불꽃처럼 꺼지지 않는 사랑으로

영원히 넌 가슴속에 타오를 테니

나를 위해서 눈물도 참아야 했던

그동안에 넌 얼마나 힘이 들었니

천년이 가도 난 너를 잊을 수 없어

사랑했기 때문에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가 있을까? 왜 사랑하냐고 물으면 그냥 배시시 웃으면 그뿐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이런 글은 쓰는 이유는 아침에 우연히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기 때문이다.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나는 무심히 그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 날 홀로 두고 왜 한마디 말이 없소”라는 가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60대 노인의 슬프고도 아련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목이 메였고, 그것이 몇 십년 후의 내 모습이 아니길 기도했다.

아내는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다. 결혼 전의 아내는 달콤한 단팥빵 같았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 단팥빵이다). 그와의 만남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물론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거렸다. 사랑은 그렇게 깊어가고,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는 점점 나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없으면 내가 살 수 없는.

아내와의 지난 10여년은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아내가 사다 준 속옷을 입고, 자켓을 입고, 아내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아내와 같이 여행을 다니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살았다. 내가 공부한답시고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도, (잔소리를 꽤나 하긴 했지만) 아내는 내 옆에 있었고 회사를 다니며 생활비를 벌었다. 아내의 자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물과 공기를 내 삶의 당연한 조건으로 생각하듯 말이다. 나는 재잘거리는 아내의 수다에 맞짱구를 치며 그의 하루를 위로하곤 했다.

그런데 김광석의 노래처럼 내가 몇 십년 후에 그런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야 한다면, 그런 상상만 해도 목이 메였다(내가 좀 눈물이 많은 편이지). 늘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지만, 그런 슬픔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나를 낳아준 나의 부모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 내가 어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아내는 다시 태어나도 나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아내의 협박에 못이겨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 말은 나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아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안도케 했다. 그런 현명하고 쾌활하며 소중하고 예쁜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

생각날 때마다 아내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서태지, 신화가 되어버린 아웃사이더

서태지, 신화가 되어버린 아웃사이더

서태지 음악은 머물지 않는다. 늘 변화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 그 새로운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비켜서지 않는다. 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히 맞선다. 그리하여 그의 음악은 비겁하지 않고, 늘 생동감이 넘친다.

서태지는 절정에 있을 때 떠나갔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그는 그 엄청난 음반 4장을 내고는 훨훨 날아갔다. 가수들에게 인기는 일반적으로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것 같다.) 때문에 그런 선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러 떠났다. 그가 떠났을 때 많은 대중들이 아쉬어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에서 홀연히 사라질 줄 아는 그의 선택이 아름다웠다.

어떤이는 그를 문화 권력, 또는 문화 대통령, 심지어는 문화 혁명가라 말한다. 그가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런 평가가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웃사이더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부터 달랐고, 그 다름이 인정되어 주류가 되어갈 무렵 그는 또다른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했다. 익숙해짐을 견디지 못하고, 주류에 편안하게 안주하지 못했던 그는 태생이 이방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렇게 떠남으로 해서 그는 신화로 남았다. 나는 그가 그것을 의도했는지, 안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김광석이나 유재하와 같이 서태지도 신화가 되었다. 김광석, 유재하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지만, 서태지는 가끔씩 새로운 음악을 들고 온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태지를 싫어하는 이들은 그의 이런 행태를 두고 “고도의 숨바꼭질 마아케팅” 이라고 폄하하지만, 서태지와 그런 잔머리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혼자 하다가 남들에게 내보일만하다 싶으면 내놓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모든 것이 계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서태지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말자. 그가 침체된 우리나라 대중가요 시장을 구원할 구세주도 아니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울분을 달래줄 영웅도 아니다. 그는 그저 그가 하고싶은 음악을 하는 조금 특별한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나는 그가 좋다. 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즐기는 그런 그가 좋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내 가슴을 울린다. 15년 전에 느꼈던 그 감성이 아직도 그의 음악에 살아있다. 나는 그가 꺽기거나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가끔씩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것 뿐이다.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썩 모두를
먹어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됐어) 이젠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겉보기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체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건 좀 더 솔직해봐 넌 알수 있어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됐어) 이젠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이데아>

이번에 내 놓은 교실이데아 동영상은 Pink Floyd의 The Wall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의 그 어떤 가수가 이렇게 외칠 수 있을까.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그의 귀환을 환영한다. Welcome back!

인순이는 예뻤다

인순이는 예뻤다

한 마리의 거위가 있었어. 그 거위는 다른 거위들보다 크고 못생긴 그런 거위였지. 피부색도 다르고. 따돌림이 있었고, 비웃음이 있었고, 편견이 있었어. 그 거위는 외톨이였고, 늘 싸늘한 현실의 비정함에 눈물 흘리는 그런 거위였지. 그런데 그 거위는 차가운 운명 앞에 그냥 무릎 꿇지 않았어. 늘 노력했고 연습했고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잃지 않았어.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거위는 하늘을 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백조보다도 더 아름다운 거위가 되었다는 이야기.

인순이는 하늘을 나는 새하얀 백조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그런 거위같은 가수야.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는 김동률과 이적이 만든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노래지만, 이 노래는 인순이가 부를 때 그 노래의 진가가 살아나. 유독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30년간 그 편견과 비웃음을 이겨내고 이제 백조보다 아름다운 거위로 거듭난 인순이.

인순이보다 더 노래 잘 부르는 여자 가수를 본 적이 없어. 인순이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 가수를 본 적이 없어. 이제 나이 오십이지만,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인순이의 “거위의 꿈”. 그 노래에서 하늘을 훨훨 나는 백조보다 예쁜 거위 같은 인순이를 볼 수 있어.

인순이는 예뻤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나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 해요.

<인순이, 거위의 꿈>

전쟁같은 사랑

전쟁같은 사랑

임재범의 목소리에는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천상의 음악처럼 맑고 아름다운 소리는 아니지만, 고통과 절망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그의 거친 절규가 오히려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비고 영혼을 흔든다. 매력적인 허스키와 갈라지는 고음은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 아닌 “전쟁같은 사랑”을 부르기에 정말 충분하지 않은가.

노래를 잘 하는 가수들이 꽤 있지만, 임재범 만큼의 울림을 주는 이는 흔치 않다. 오랜만에 그의 노래 “너를 위해”를 듣는다. 이 노래 가사 중에 “전쟁같은 사랑”이란 부분에서 나는 그냥 꽂혀버리고 말았다. 전쟁같은 사랑은 도대체 어떤 사랑일까? 이것은 임재범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인것 같다.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있는 사람인가 봐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너를 위해 떠날거야

<임재범, 너를 위해>
비올 때 듣고 싶은 노래

비올 때 듣고 싶은 노래

간밤에 빗소리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창문을 닫고 말았다. 빗소리는 나를 어머니의 자궁으로 데려간다. 아늑하고 아련하게. Rare Bird의 Sympathy는 이럴 때 듣고 싶은 노래다.

Now when you climb, into your bed tonight.
And when you lock and bolt the door.
Just think of those, out in the cold and dark,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w half the world, hates the other half.
And half the world, has all the food.
And half the world, lies down and cries: “We starve”,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Rare Bird, Sympathy>

우리 주위에 사랑은 정말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이지만 가사는 뼈아프다. 이 비를 맞으며 어딘가 배고픔에 웅크리고 있을 이웃이 있다. 정말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나눌어 줄 사랑이 충분하지 않은 것일까.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보내준 선물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보내준 선물

아내는 내가 준비한 보잘 것 없는 선물에 기뻐했고 행복해 했다. 그리고 나에게 가슴 시린 사랑이 담긴 선물을 보내왔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므로 행복하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정말 귀엽고 예쁜 딸이 있지 않은가.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가 행복한 만큼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혼 전에 우리는 몇몇 공연에 갔었는데, 주로 꽃다지라든지, 노찾사라든지, 안치환이라든지, 김광석이라든지 이런 그룹들을 쫓아다니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곤 했었다. 아내가 보내준 선물도 바로 안치환의 노래 “사랑하게 되면” 이다. 아내의 마음이 고맙다.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나 그대가 보고파서 오늘도 이렇게 잠못드는데
창가에 머무는 부드런 바람소리 그대가 보내준 노랠까
보고파서 보고파서 저 하늘 넘어 그댈 부르면
내 작은 어깨에 하얀 날개를 달고 그대 곁으로 날아오르네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보고파서 보고파서 저 하늘 넘어 그댈 부르면
내 작은 어깨에 하얀 날개를 달고 그대 곁으로 날아오르네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안치환, 사랑하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