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d by
Tag: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한나라 무제 때 (기원전 139년), 회남왕 유안이 집대성한 <회남자> 제3권 천문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러기에 새는 높이 날고 물고기는 물 아래로 헤엄친다. 사물은 유유상종하고 본말이 상응한다. 그러므로 양수가 햇빛을 받으면 불이 일어나고, 대합이 달빛을 받으면 즙액이 흘러 물이 생긴다. 호랑이가 포효하면 동풍이 불고, 용이 하늘에 오르면 상서로운 구름이 모인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나며, 누에가 실을 토해내면 현악기의 상음을 내는 줄이 끊어지고, 유성이 떨어지면 발해에 해일이 일어난다.

<회남자, 김성환 역, 살림, p.225>

밤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심연에 머무르던 고래가 이 지구별에서 떠나가는 것이고, 기타를 치다가 줄이 끊어지면 실을 토해내는 누에들이 생각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들인지 한참을 생각하며 읽어보고 또 읽어보았다.

이 지구별에 있는 생명들은 모두 그렇게 이어져 있다.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간들은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됨으로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회남자>는 확실히 <도덕경>이나 <장자>를 이을만한 책이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자연을 벗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경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이 오래 전에 절판되어 헌책방에서조차 찾기 힘들었는데, 작년 가을 녹색평론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인간들이 하는 일이 모두 무가치하고, 쓸데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세상 모든 것이 無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연농법을 개발하여 인간들의 지혜와 욕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증명하였다.

땅을 갈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도 않으며, 풀조차 뽑지 않는 무위의 농법. 그 농법이 인간들이 과학이라는 것을 동원해 개발한 관행농법이나 유기농법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증명해냈다. 물론,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 즉 돈으로만 환산하는 자본주의 세상의 인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농법이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인간들이 만들어 놓고, 인간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량한 과학을 동원한다. 본질을 해체하는 분석의 과학 때문에 인간들은 점점 더 자연과 신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들은 자연과 같이 완벽한 시스템을 창조할 수 없다. 흉내내려 하지만 또다른 문제만을 만들 뿐이다.

인간들의 욕망과 공포는 수많은 걱정거리를 만들어냈다. 결국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이러한 걱정거리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아무 걱정하지 마라. 세상은 완벽하고, 이미 구원되어 있는데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은 노자나 소로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사실 다음과 같은 예수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마라.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몸이 옷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하늘에 있는 새를 보아라. 새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쌓아 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새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너희 중에 누가 걱정해서 자기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느냐? 너희는 왜 옷에 대해 걱정하느냐? 들에 피는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아라. 백합은 수고도 하지 않고, 옷감을 짜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하나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옷을 입어 보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오늘 있다가 내일이면 불 속에 던져질 들풀도 이렇게 입히시는데, 너희를 더 소중하게 입히시지 않겠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혹은 ‘무엇을 입을까?’ 하면서 걱정하지 마라. 이런 걱정은 이방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에게 이 모든 것이 필요한 줄을 아신다. 먼저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의를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고, 오늘의 고통은 오늘로 충분하다.

<마태복음 6:25-34>

하늘을 나는 새도, 들에 피는 백합화도 아무 걱정이 없는데, 인간들만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시간을 가불하지 말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누리라. 그리하면 아무 걱정이 없으리로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세상 모든 이들이 읽어야만 하는 경전이다.

2012년 책읽기

2012년 책읽기

작년 말에 아내와 딸아이가 1년 동안 읽은 책목록을 놓고 네가 많이 읽었느니, 내가 많이 읽었느니 하면서 티격태격 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내년에는 아빠도 끼워 달라고 통사정을 해보았지만 두 여인네는 콧방귀만 뀌었다.

아내와 딸아이가 끼워주든 말든 상관없이, 올해는 책을 좀 정리하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무계획, 무대책, 무신경의 3무 책읽기에 변화가 있을런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말에 아내와 딸아이 앞에 아빠의 책목록을 들이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물론, 돌아오는 것은 두 여인네의 콧방귀뿐이겠지만…ㅎㅎ

2012년에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이 목록은 책을 읽는대로 계속 갱신될 것이다.)

  1.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2011
  2.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우광호, 여백, 2011
  3. 달려라 정봉주, 정봉주, 왕의서재, 2011
  4. 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안 마그레타, 권영설 김홍열 옮김, 김영사, 2004
  5. 넥스트 소사이어티, 피터 드러커, 이재규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2007
  6.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메멧 오즈, 유태우 옮김, 김영사, 2007
  7. 매니지먼트, 피터 드러커, 남상진 옮김, 청림출판, 2007
  8. 침뜸의학개론,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2
  9. 아파야 산다, 샤론 모알렘, 김소영 옮김, 김영사, 2010
  10.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A. G. 로엠메르스, 김경집 옮김, 지식의숲, 2011
  11.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오픈하우스, 2010
  12. 경락경혈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2
  13. 회남자, 유안, 김성환, 살림출판사, 2007
  14. 음양이 뭐지, 전창선, 어윤형, 세기, 1994
  15. 오행은 뭘까, 전창선, 어윤형, 세기, 1994
  16. 홍성수의 경영강의, 홍성수, 새로운제안, 2012
  17. 황제내경 소문, 이케다 마사카즈, 이정환 옮김, 청홍, 2001
  18. 황제내경 영추, 이케다 마사카즈, 이정환 옮김, 청홍, 2001
  19. 거꾸로 희망이다, 김종철 외 11명, 시사IN북, 2009
  20. 변산공동체학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윤구병, 김미선, 보리, 2008
  21.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민족의학연구원, 보리, 2009
  22. 서머힐, A. S. 닐, 이현정 옮김, 매월당, 2011
  23. 홀가분, 정혜신 이명수, 해냄, 2011
  24. 무경계, 켄 윌버, 김철수 옮김, 무우수, 2005
  25. 깨달음, 법륜, 정토출판, 2012
  26. 반야심경, 오쇼 라즈니쉬, 이윤기 옮김, 섬앤섬, 2010
  27. 선심초심, 스즈키 순류, 정창영 옮김, 물병자리, 2007
  28.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이상호, 나무와숲, 2010
  29. 주기자, 주진우, 푸른숲, 2012
  30. 켄 윌버의 일기, 켄 윌버, 김명준 민회준 옮김, 학지사, 2010
  31. 빅 데이터 비즈니스, 스즈키 료스케, 천채정 옮김, 더숲, 2012
  32. 당신은 행복한가, 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류시화 옮김, 문학의숲, 2012
  33. 알기쉬운 반야심경, 송원 스님, 상아, 1993
  34. 사물의 민낯, 김지룡, 갈릴레오SNC, 애플북스, 2012
  35.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문학의숲, 2012
  36.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12
  37. 노무현입니다, 정철 장철영, 바다출판사, 2012
  38. 경혈, 미카엘 하메스 외, 구성태 외 옮김, 한솔의학, 2011
  39. 병인병기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3
  40. 장상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3
  41. 빅데이터와 DBMS의 시장전망, 편집부, 하연, 2012
  42. 긍정의 한줄, 스티브 디거, 키와 블란츠 옮김, 책이있는풍경, 2009
  43. 우리 침뜸 이야기, 정진명, 학민사, 2009
  44.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 정진명, 학민사, 2011
  45. 베트남 견문록, 임홍재, 김영사, 2010
  4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쌤앤파커스, 2012
  47. 순오지, 홍만종, 구인환 엮음, 신원문화사, 2003
  48.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이진원 옮김, 김영사, 2012
  49. 상처 떠나보내기, 이승욱, 예담, 2011
  50. 경험이 너를 만든다, 주디장, 이른아침, 2012
  51. 골프도 독학이 된다, 김헌, 양문, 2012
  52. 뜸의 이론과 실제, 김남수, 정통침뜸연구소, 2007
  53. 침뜸진단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4
  54.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정목, 공감, 2012
  55.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2012
  56. 면역 항염 야채수, 심재근, 건강다이제스트사, 2011
  5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창비, 2012
  58. 1일1식, 나고모 요시노리, 양영철 옮김, 위스덤스타일, 2012
  59. 택리지, 이중환, 이익성 옮김, 을유문화사, 2002
  60. 나의운명사용설명서, 고미숙, 북드라망, 2012
  61. 빅데이터 혁명, 권대석, 21세기북스, 2012
  62. 빅데이터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송민정, 한스미디어, 2012
  63. 100년 후에도 읽고싶은 한국명작동시, 한국명작동시선정위원회, 예림당, 2005
  64. 종교란 무엇인가, 오강남, 김영사, 2012
  65.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청전 스님, 휴, 2010
  66.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실천문학사, 1998
  67. 깨달음으로 가는 위빠사나 명상, 해공, 근원, 2012
  68. 나는 없다, 해공, 책세상, 2012
  69. 담배 가게 성자, 라메쉬 발세카, 이명규 송영규 옮김, 2009
  70. 처럼처럼, 최규승, 문학과지성사, 2012
특별해지기를 포기하라

특별해지기를 포기하라

길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리 짧지도 않았던 나의 생을 돌아보면 대체로 평온했다. 운이 몹시 좋은 편이었다. 그것 밖에는 달리 평온한 삶을 설명할 길이 없다.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것을 고통이라 생각하기보다는 그런 시련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시련도 사라져야 할 때가 되니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의도한 것은 없었다.

대체로 평온한 삶 속에서 나는 순간순간 행복했는데, 그 행복한 이유는 아무것도 집착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포기가 무척 빠른 사람이었다.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라는 속담은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한번은 찍어 보지만 넘어가지 않으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열에 아홉은 한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였는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는 한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가 있었고, 나는 그 나무를 선택해 버렸다. 내 삶의 궤적은 그런 식으로 결정되어졌다. 학교도, 직장도, 결혼도 모두 그런 식이었다.

사람들이 왜 성공을 하려 하는지, 왜 부와 명예를 쫓는지,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성공, 부, 명예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면 대체로 편안해진다. 무엇을 갖고자 하는 욕망,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 이런 것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것이 “책”인데, 그것도 어느 순간에는 나에게 의미가 없어질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여전히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학자, 릭 핸슨(Rick Hanson)과 리처드 멘디우스(Richard Mendius)가 쓴 책 <붓다 브레인(Budda’s Brain)>은 추천할만한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자아 내려놓기”는 누구나 한번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부분인데, 특히 내 삶의 궤적을 합리화할 수 있는과학적 논리를 제공해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몹시 기쁘고 행복했다.

저자들이 신경과 뇌를 연구하면서 밝힌 사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인식하는 “나” 또는 “자아”는 환상이라는 사실이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매일 느끼는 통합적인 자아란, 완전한 환상에 불과하다. 뚜렷하게 일관성 있고 확고한 ‘나’라는 개념은 사실은 발달 과정을 거쳐 여러 하부 및 하부-하부 체계들이 만들어 낸 것으로, 여기에는 어떤 뚜렷한 중추도 없으며 ‘나’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희미하고 산만한 주관성의 경험을 통해 날조된 것이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란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결국 종교(특히, 불교)에서 얘기하는 깨달음의 첫걸음은 이런 자아의 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다. 자아가 원래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면 자아를 벗어나기가 한결 쉬울 것 같다.

자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인데, 그 개념은 욕망과 함께 자라난다.

자아는 소유에서 자라난다. 자아는 주먹 쥔 손과 같다. 손을 펴서 내어 주면, 주먹은 사라지고, 자아도 사라진다.

이 대목은 왜 법정 스님께서 늘 무소유를 주장하셨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자아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바로 무소유였기 때문이다. 욕망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견고했던 자아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고, 자아가 사라질수록 우리는 평안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몇 가지 충고들은 나를 몹시 기쁘게 했는데, 그것은 때때로 아내가 나에게 “무대책적 낙관주의자”라며 핀잔을 줄 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었다.

특별해지기를 포기하라. 중요한 사람이 되고 존경받고 싶다는 갈망을 버려라. 포기는 집착의 반대이므로 행복으로 가는 특별한 급행로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람이 될 이유도 없었고, 되고 싶지도 않았던 내 삶이 비로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꿈이 죽으면 나타나는 징후들

꿈이 죽으면 나타나는 징후들

파울로 코엘료는 그의 첫번째 소설 <순례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장 바빠 보였던 사람조차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꿈들이 죽어가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그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 문학동네, pp. 78-79>

코엘료의 말이 맞다는 가정 하에서 본다면, 나의 꿈은 이미 죽어 버렸다. 나에게 나타난 징후는 세번째 것인데, 언제부턴가 나는 삶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것 같다. 무엇이 되고자 하지도 않았고, 무엇을 이루고자 하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던 몇몇 경우엔 내 노력보다 훨씬 큰 것을 얻기도 했고, 그렇지 않았던 대부분의 경우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실패했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않았고, 운이 좋았다고 해서 기뻐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삶은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내 곁을 스쳐갈 뿐이었다. 나에게는 열정이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그저 순간순간 내 자신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내 삶은, 언젠가는 바다로 가겠지만 그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흐르는 강물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폭포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내가 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삶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가 가버렸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코엘료의 말처럼 나의 꿈은 이미 죽어 버린 것인가?

아내가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난지 벌써 한달이 되었다. 아내의 꿈은 코엘료처럼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이었다. 아내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꿈을 이룬 후에 아내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땅 위에 희망은 없었다

땅 위에 희망은 없었다

땅 위에 희망은 없었고, 신은 우리를 잊은 듯 했다. 어떤 이들은 신의 아들을 보았다 했지만,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다. 그가 왔다면, 그는 전에 했던 것처럼 아주 위대한 일들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도, 그가 한 일도 보지 못했기에 그가 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희망을 잡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들은 그의 자비를 구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그들은 그가 했다고 알려진 약속에 매달렸다.

<붉은 구름,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There was no hope on earth, and God seemed to have forgotten us. Some said they saw the Son of God; others did not see him. If He had come, He would do some great things as He had done before. We doubted it because we had seen neither Him nor His works. The people did not know; they did not care. They snatched at the hope. They screamed like crazy men to Him for mercy. They caught at the promise they heard He had made.

<Red Cloud,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소설에는 “행복”라는 화두를 지니고 여행을 떠나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가 등장한다. 꾸뻬 씨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행복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여행을 통해 꾸뻬 씨가 배우게 된 23가지의 지혜들은 행복에 관한 다양한 단면들을 보여준다.

  1.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12.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행복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또는 경쟁하지 않고) 스스로 부족한 것이 없이 충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며, 그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 또는 다른 이들의 행복으로 완성된다.

꾸뻬 씨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늙은 스님은 왜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게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입니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p. 190>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 한 조각 바라보면서,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피어난 들꽃 한송이를 바라보면서, 무더위를 식히는 한줄기 소나기를 바라보면서, 저녁 밥에 스며있는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길을 느끼면서 우리는 순간순간 무한히 감사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파랑새다.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 블로그를 우연히 찾은 당신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이며, 그로 인해 나도 무한한 행복감에 빠지리라.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사람들이 참으로 어리석은 이유 중 하나가 건강할 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있을 때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지 모를 뿐더러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나 아니면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병에 걸려 건강을 잃었을 때 이제 건강은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사람이 그렇게 간사하다.

나도 그렇게 어리석고 간사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가 건강을 잃었을 때, 그리고 주류의학인 서양의학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건강은 병원이나 의사가 지켜주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오롯이 자기 자신의 책임이었다. 병을 앓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치료를 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었다. 의사들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옆에서 도와줄 수는 있지만,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었다.

따라서 평소에도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병원에만 맡겨놓고 그 의사들의 말을 무작정 믿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양의학의 허와 실을 깨달아야 한다. 서양의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고, 무엇을 해줄 수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서양의학이 단지 여러 의학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도 있고, 자연의학도 있고, 수많은 대체의학 요법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 어떤 치유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될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읽었던 여러 가지 건강 서적들 중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우선 추렸다.

자연 치유
이 책은 앤드류 와일이라는 의사가 쓴 책이다. 앤드류 와일은 서양의학을 전공했으면서도 그 한계를 깨닫고 여러 가지 대체의학에 눈을 돌린 몇 안되는 의사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주류의학에 너무 “병”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력”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한 책이다. 건강에 대한 입문서로 강추한다.

약이 사람을 죽인다
레이 스트랜드라는 의사가 쓴 책으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약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 책이다. 미국 사람들의 사망 원인 중 두번째가 의약품의 오남용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 책을 읽으면 약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제약회사들과 주류의학계의 추악한 거래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다.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신야 히로미라는 일본 의사가 지은 책으로 우리 몸 안에 있는 효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식사를 해야하는지 등 건강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상식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람을 살리는 단식 사람을 살리는 생채식 민족생활의학
이 세권의 책들은 재야 의학자 장두석 선생이 지은 책으로, 일본 니시의학과 우리나라 전통 민간의학들을 접목하여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람을 살리는 단식>은 반드시 읽어야할 책 중의 하나로 시중에 나온 단식 책 중 가장 권할만한 책이다. 단식은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할만큼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한 방편 중 하나이다.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
이 책을 읽고 실제로 김남수 선생과 그의 제자들을 찾아가 뜸자리를 잡았다. 가장 경제적이고 쉽게 면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뜸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한의사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그들은 이런 시술을 잘 하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 “배워서 남 주자”는 김남수 선생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뜸 시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그는 미국으로 내쳐졌다. 참으로 잘난 나라 아닌가?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
김남수 선생이 침과 뜸의 대가라면 장병두 선생은 약의 대가다. 그는 주류의학계에서 포기한 수많은 환자들을 치유했다. 그도 역시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고발당하여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수많은 환자들이 그를 애타게 찾고 있지만, 그가 무죄 판결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검찰이나 사법부가 서민의 편인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도 역시 김남수 선생처럼 해외로 나갈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명하게 경험하고 있다. 집안에 암환자 한 사람 없는 집안이 없을 정도로 암이 많아졌고, 고혈압과 당뇨 같은 각종 성인병들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대부분이 생활의 불균형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다. 이런 퇴행적 질환에 서양의학은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다. 때문에 서양의학의 한계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전문 서적들은 아니지만, 건강과 질병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는데에는 유용한 책들이다. 일단 관심을 갖게 되면 보다 깊게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생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건강은 자기 자신이 지켜야 한다.

딸에게 권하는 책들

딸에게 권하는 책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가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학교도 재미있고, 이제는 숙제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셈을 하고, 보고 싶은 책을 알아서 도서관에서 빌려온다. 박경리의 토지가 오세영의 그림으로 다시 탄생했는데, 그것을 빌려와서 읽기도 했다. 무슨 얘기인지 아느냐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했다. 딸아이는 만화책을 참 좋아한다.

딸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으례 그렇듯이 두가지다. 하나는 참으로 대견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참으로 아쉽다는 것.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 푸릇푸릇하고 착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좀 더 행복하고 희망찬 세계를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딸아이가 자라면서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정리한다. 물론,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책들은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선택된 것이고,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들이다. 딸아이가 자라면서 여기 적혀있는 책들을 읽는다면, 그의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롭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목록들은 계속 늘어날 것인데, 몇 권이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는 것이니 말이다.

  • 신약성경 (특히, 4복음서)
  • 장자
  • 도덕경
  • 법구경
  • 숫타니파타
  • 반야심경
  • 논어
  • 월든
  • 채근담
  • 티벳 사자의 서
  • 간디 자서전 (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
  • 스콧 니어링 자서전 (The Making of a Radical)
  • 크로포트킨 자서전 (Memoirs of a Revolutionist)
  • 조화로운 삶 (The Good Life)
  • 전태일 평전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우리들의 하느님
  •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 예언자 (The Prophet)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무소유
  • 작은 것이 아릅답다 (Small is Beautiful)
  • 시민 불복종 (Civil Disobedience)
  • 간디의 물레
  • 부자의 그림일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나쁠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나쁠까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이라는 책은 아주 선명하게 신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주류가 되어 버린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어떤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황당한 이데올로기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풍부한 증거로써 신랄하게 반박하고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선명한 책들을 좋아한다. 주장이 명쾌할 뿐만 아니라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수많은 논거들이 일관성이 있으며, 논리적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고 있고, 적당히 양다리를 걸치지 않는다. 아마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하거나 추종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 책에 대해 논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 3페이지에서 “개명된 이기주의에 대한 호소”를 통해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설득하자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것은 저자 장하준의 한계를 드러내 놓은 대목이기도 하거니와 상당히 순진한 주장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그런 식의 호소로 설득될 사람들이라면 사실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진짜 나쁜 이유는 그들도 알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 속성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한정된 자원 속에서 무한의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근본 모순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고, 지능을 가진 인간들이라면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낼 것이다.

문제는 그 한계에 봉착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더 많이 고통 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지지 못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