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d by
Tag: 진상규명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 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있던 편지>

오늘 아침 이 편지를 읽고 한참을 울었다.

벌써 7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4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하다. 감추려는 자들이 범인이다. 이러다가는 범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옥에 가야 할 것 같다. 천국에 있는 아이들 볼 면목이 없지 않은가.

여한(餘恨)

여한(餘恨)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진상규명이었다. 왜 그 천사같은 수백 명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어가야 했는지 부모들은 알아야 했다. 그들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목숨을 건 단식을 했다. 물론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그 유족들의 바람을 외면했다. 유족들의 한은 깊어만 갔다. 박근혜는 석달 반 전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유족들과 면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국민들께는 말씀을 드리겠지만 특별법은 필요하다 그렇게 봅니다. 특검도 해야 된다. 근본부터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지 그냥 내버려두면 그게 또 그게 계속 자라가지고 언젠가 보면 또 부패가 퍼져 있고, 이렇게 돼서는 안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다. 국정조사도 한다고 했고 수사도 하고 있으니 그런 모든 것이 차제에 또 부패방지법이 있지 않나. 그 부분도 강력하게 시행해야 된다, 통과시켜서. 그런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있어서 유족 여러분들이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오늘 다 얘기를 못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여러분들에게 계속 반영이 되고, 투명하게 공개가 되냐 하는 것을 다시 의논을 드리겠다. <세월호 靑대화록>③ “진상규명 유족들 여한없게 할것”
물론 거짓말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진상규명은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코 앞에 닥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위한 립서비스가 필요했을뿐. 두 번의 선거가 지나가자, 그들은 유족들을 벌레 보듯 하기 시작했다. 기회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표리가 부동하다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 필요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지만, 막상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뒷통수를 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본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과 무대책이 만천하에 드러날 경우 정권 유지는 커녕 이 나라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러니 그들의 책임을 밝히겠다는 수사와 진상규명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의 한은 눈물이 되고 빗물이 되어, 오늘도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민족의 최대 명절 한가위가 내일 모레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단식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며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유족들의 여한은 한없이 커져만 갔다. 삼보일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