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이 노무현한테 배워야 할 것들

문국현이 노무현한테 배워야 할 것들

문국현은 유한킴벌리의 존경받는 경영자였다. 사람 중심이라는 패러다임으로 IMF 시련 속에서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도 훌륭히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발전시켰다. 그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나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그럴 것 같다.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 중에는 그래도 개중 나아보인다.

하지만 문국현이 정치인으로서 보인 행보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늘 그의 말 속에는 계산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참여정부에 대하여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다가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자 참여정부 실정론을 들고 나왔다. 돌이킬 수 없는 악수 중의 악수다.

지금 재벌과 언론과 검찰과 그리고 한나라당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특권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 밖에 없다. 문국현이 그냥 그 특권세력에 포함되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짝퉁을 원조보다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국현이 개혁세력의 편에 서려면 노무현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는데, 참여정부 실정론이라니 이것은 정말 웃기는 전략이다.

문국현의 언론관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은 게 좋다 식으로 이 나라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이에나 언론들이 어떤 세력인데, 그들과 놀아나겠다면 당신은 이미 개혁 세력이 아니다. 노무현이 언론과 맞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을 하고 있지만, 그는 결코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문국현에게 그런 용기와 기개가 있을까?

최근 단일화 논쟁에서도 문국현은 오히려 정동영보다도 후진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정동영으로 단일화되는 것보다는 당선 확률이 조금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정동영보다도 더 자신감있고 통 크게 나가야 할 것인데, 여러 조건들을 붙이고 있다. 대선이 19일인데, 16일까지 단일화하겠다는지 또는 방송토론을 6번 해야 한다느니 하는 것들은 문국현의 그릇을 작게 만드는 아주 안좋은 수들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러면 너무 쪼잔해 보이는 것 아닌가.

정말 단일화의 의지가 있다면 시민 사회 세력에게 맡겨라. 그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하든, 팔씨름을 하라고 하든 그냥 따르면 된다. 이것은 문국현이 정동영보다 먼저 치고 나갔어야 할 전략이다. 아무래도 문국현 캠프의 참모들의 수준이 떨어지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때 어떠했었는가? 정몽준에게로 날아간 김민새의 막무가내에도 노무현은 거의 모든 부분을 양보했다. 계산하지 않고 그냥 국민을 믿은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과 문국현의 차이다. 만에 하나라도 설령 문국현으로 단일화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문국현은 이제 정치를 시작한지 두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사람 아닌가.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아무리 정동영이 후진 후보라지만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정동영 사퇴 밖에 없다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단일화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북한의 김정일이 아무리 후진 지도자라도 통일을 위해서는 김정일이 사퇴하는 수 밖에 없다면 김정일이 받아들이겠는가?

문국현이 그나마 매력적인 후보이긴 하나 12명의 난쟁이들 중 그냥 조금 키가 큰 것 뿐이다. 걸출한 정치인 김대중, 노무현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번 대선에서 지든, 이기든 개혁세력이라는 사람들이 분열된 모습까지 보이면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20년 전에 우리는 이미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시간이 많지 않다. 문국현, 정동영 크게 다르지 않다. 문국현으로 단일화되면 좋겠지만, 정동영으로 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다른 사람은 총리로 러닝메이트가 되면 된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나는 사실 이번 대선 후보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문국현, 정동영이 단일화를 한다면 그 사람에게 내 표를 줄 것이다. 이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그래도 안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9 thoughts on “문국현이 노무현한테 배워야 할 것들

  1. Pingback: 누구냐 넌?
  2. …… 저는 노무현이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유없이 다굴당하던 노무현에 대해 결국 지지자들은 노빠의 길을 걷게 됩니다.
    네.. 전 이시대의 마지막 빨갱이.. 노빠입니다. -_-;
    (빨갱이 노무현이 무슨놈의 신무기를 그렇게 많이 질르던지..)

    젝일 이게다 조선일보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 패배 주의에 휩싸여 있습니다. 마지막 가능성을 위해 정동영을 찍어야 할까요..
    아니면 컨텐츠 있는 문국현의 발전을 위해 그 표를 던져야 할까요.. (사실상 당선은 힘들고..)
    과연 제가 빠돌이 노릇을 하고 있는
    유시민을 뛰어넘는 인물이 될수 있을까요.. 문국현이란 사람이?? (이 험난한 정치판에서??)

  3. 두 정권에게 표를 준 사람입니다.

    허나, 특히 놈현에게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난 그 사람에게 유능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청렴함과 도덕성을 기대했습니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정치권인사와 재벌 인사의 사면권 행사
    휠체어에만 앉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재벌들..

    참여정부란 단어가 어디에서 왔는 지 아는 순간에도 상당히 짜증스럽더군요. 그 외 FTA, 파병, 비정규직 법안 등.

    분명 대선 때 그러지 않았습니까. 자신은 눈도장이나 찍으려 미국가지 않겠다고요.

    그런데…부시맨은 놈현에게 이지맨이라고 부를 정도였죠. 지 스스로도 좀 흥분했다. 반성하죠…원.

    적어도 서민 편에서 서민을 대변하겠다고 표를 달라해서 표를 주었는데, 글쎄요.

    하여간, 여러모로 땅을 치고 후회 합니다. 차라리 회창을 뽑을 것을.

    왜냐하면, 그럼 기대도 없었을 거고 이렇게 배신감 들리도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문국현은 놈현과 이 정권, 이 정당을 털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요.

    http://www.cdy21.net/bbs/viewb.....038;admin=

  4. 링크된 글 보니, 댓글에서도 서민들의 생각 읽을 수 있습니다.

    전 문국현이가 꼭 대안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벌써 10년 째 정권을 잡고 있는 열린당과 정동영은 이제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뭐 평화진보세력이 문국현을 욕하고 있다던데요. 그것도 웃깁니다.

    아니, 열린당이 지금까지 해온 행보가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었는데요.
    왜 그 당이 뽑은 이명박이 되는 것을 그렇게 막아야 한다고 하는 지….원….

    전 아무리 봐도, 열린당과 한나라, 서로 욕은 하지만 생긴것이 자꾸 비슷 비슷해 집니다.

    동물농장에서 돼지와 사람들이 비슷 비슷해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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