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슬픔

깊고 깊은 슬픔

슬픔이 깊고도 깊었다. 슬픔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심연으로 나를 침잠시켰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밥 숟가락을 들어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도 눈물이 흘렀다. 시간이 멈췄다.

노무현이 떠났다. 내가 사랑했던 정치인, 내가 존경했던 대통령, 내가 최후의 지지자가 되겠다고 말했던 그가 떠났다. 나는 그를 지키지 못했다. 아무도 그를 지키지 못했다.

그는 역사 앞에 그렇게 홀로 서서 역사와 맞섰다. 그리고 그는 초연히 떠났다. 그가 감당했던, 그리고 감당해야할 역사의 몫이 너무도 컸다.

운명이었다. 정의를 가지고 역사와 맞서겠다던 사람의 운명이었다. 원칙과 상식으로 비루한 역사를 다시 세워보겠다던 사람이 맞닥드려야했던 운명이었다. 아무도 그의 짐을 나누어 질 수 없었다. 서럽디 서럽도록 숭고하고 위대하지만, 나는 목이 메이고 가슴이 메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부활하여 신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보잘 것 없는 나는 그가 사무치게 그리워 목놓아 울 뿐이다.

이제 그의 장난기 어린 말투도, 그의 사자후 같은 연설도, 그의 잔잔하고 따뜻한 미소도 이 세상에는 없다. 그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쉰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이제 그가 떠났다.

그를 어떻게 놓아 드려야 할지, 그를 어떻게 떠나 보내야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그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생을 떠난 그가 진실로 진실로 안식하길 기도하지만, 이 부조리하고 비루하고 빌어먹을 역사는 끊임없이 그를 불러낼 것이다. 그는 죽어서도 죽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고도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 님, 다음 생에서 당신을 만난다면 그때도 잊지 않고 당신을 사랑했었노라고, 당신의 최후의 지지자였었노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편히 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합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유서 중에서>

19 thoughts on “깊고 깊은 슬픔

  1. 님의 글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슬픔을 누군가가 같이 나누길 바라면서. 지금 외국에 있습니다. 곧 귀국하는데 귀국 길에 작은 선물 사려고 했었는데… 올 때 봉하에서 뵌 모습이 끝내 마지막이 되는군요.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서거하셨으나 그는 그의 정신을 남기셨습니다. 위대한 유산입니다. 그것을 지켜가야겠지요.
    지인이 정치를 하라고 합니다. 저는 할 수 없다했지요. 저같은 사람이 무슨…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힘 내시길 바랍니다. 그는 갔으나 나는 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2. 저도 소요유님의 글을 기다렸습니다. 도무지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할 줄 모르겠는데, 님의 글 생각이 나더군요. 좀 진정되었나 싶으면 또 눈물이 쏟아지고… 슬픔을, 그리고 분노를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3. 저도 님의 글을 기다린 이들 중 한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읽자니 이제는 말라버린 눈물이 또 나오는군요.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했던가요.
    이렇게 많은 이들의 슬픔 속에서 찬란하게 가신 그 분은
    결코 사람들이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역사 역시 그 분을 과거로 돌릴 수 없을 겁니다.

  4. 저도 요즘 아무 일도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돌며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억만 찾고 있죠. 언제 우리가 다시 이런 분을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을지…

  5. 작년여름 휴가때 가서 한번 뵐려구 했는데… 너무 …………………………
    후회가 됩니다. 작년 1년 허리디스크로 힘들어도 한번 가서야 했는데…
    아니 올 초에라도 가서야 했는데…

    이제 나도 이나라를 뜰때가 된것 같군요…

  6. 미국에 살면서 우연히 소요유님의 사이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다른 신앙적 견해를 갖고 계심에도 너무나 많은 공감되는 부분들로 인해 자주 들립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로 몇일 밤낮이 바뀌어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이러고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오늘 보스톤 총영사관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초라한 공간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사진앞에 인사를 올리고 왔습니다.
    그래도 먹먹한 가슴은 풀리지가 않습니다.
    그 누가 그분의 존재를 대신할수 있겠습니까…

  7. 욕도 많이 하고, 투덜도 많이 거렸지만..
    가장 뵙고 싶언던 분이셨는데…

    요 몇일 문득문득 눈가에 눈물이 많이 맺힘니다….

    그래도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모두들 힘내시길 바래요…. (제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

  8.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소요유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 음성이 제 마음에 그대로 눈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고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 던진 질문에 우리 모두 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요유님께서 그 대답과 실천을 만드시는 일에 큰 역할 하시리라 믿습니다…

    추.
    그래도 소요유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한결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
    소요유님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실줄로 압니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마음 단단히 챙기시고 기력을 회복하셔야죠…

  9.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돌아가셨다는 것이. 이승보다 더 좋은 세상이란 없습니다.
    명예가 더럽혀져도 좋습니다. 주위 사람이 다쳐도 좋아요. 자기 목숨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너무나 억울합니다…

  10. 지난 주말 뉴스를 듣고 바로 소요유님과 블로그의 글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 많이 미안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소요유님같은 지지자를 두셔서 행복하셨을 그 분, 소요유님께서 다시 힘을 내셔야 더 행복해 하실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11. 우리가 그분의 제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자 능력과 직분에 따라서 말입니다. 혹 누구는 십자가형을 받아야 하겠지요~

  12. Pingback: 일체유심조
  13. 떠나신지가 두달이 넘어가네요.
    그때의 충격과 분노 슬픔에 또 목이 메이네요.
    이젠 미디어법마저 날치기 양아치같이 통과되고,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조국이 망가져야하나요.
    누가 좀 브레이크좀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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