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두께

20년의 두께

어젯밤 술자리에서 만난 아이들은 내가 고향을 떠날 때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20년 전보다 아이들의 술자리는 세련되어 보였다. 사발을 들고 다니는 선배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고, 비릿해 보이는 아이들은 어색하게 술을 마시며 인사를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진리만 변하지 않는 듯 했다. 20년의 두께를 뛰어 넘어 그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그 당시 했던 삶과 사회에 대한 고민들이 지금 그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어 어쩐지 우울했다. 그들은 젊었지만 그 젊음이 부럽지 않았다. 그들이 부닥쳐 살아야 할 인생들이 무거워 보였고, 그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안도했다. 비겁하지 살지 않을 수 있는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들에게 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술 서너잔에 몸이 가라앉았다.

세월은 아무도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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