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대통령은 필부다

미안하지만 대통령은 필부다

오늘 한겨레신문 사설을 보고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과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언어가 많은 게 사실이다. “난데없이 굴러온 놈”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 아니냐” “미국 바짓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등등의 표현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입에 담기에는 썩 부적절하다. 연설 도중에 주먹을 흔드는 등 격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렇다. 대통령도 자연인으로서 쌓인 울분과 감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절제하고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필부들과 같아서야 되겠는가.

[절제되지 않은 노 대통령의 언행, 민망스럽다, 한겨레신문]

신문 이름을 제외하고는 조선일보의 사설과 한치 다를 바 없는 표현과 논조. 한겨레신문마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나라 언론, 특히 신문은 볼짱 다 본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한겨레를 포함한 전체 언론과 싸워야 할 지경에 놓였다.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그가 필부이기 때문이다. 그가 내 아버지와 같은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당당하게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필부가 대통령이라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은 결국 나 같은 필부가 대통령이 된 것이며, 그것은 반세기동안 대한민국 위에 군림해 온 친일, 군부독재, 재벌, 족벌 언론 세력들에게 칼침을 날린 것이다.

그들은 안다. 노무현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그렇기에 지난 4년 내내 그를 붙잡고 흔들고 끌어 내리려한 것 아닌가. 이제 한겨레가 그들과 같은 편에 서겠다 이건가. 나같은 필부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동안 한겨레의 불분명한 입장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는데, 오늘에서야 그 실체를 보는 듯 하다. 미안하다, 한겨레. 하지만 지금은 필부가 대통령이 되는 시대다. 대통령이 필부들과 같아서야 되는 게 아니고, 이제 대통령은 필부이어야 한다. 그걸 한겨레가 몰랐다면 스스로 진보정론이라는 말을 쓰지 마라. 제발 등에다 칼 꽂는 짓을 하지 말란 말이다. 많이 묵었다 아이가.

민망하다. 한겨레가 조선일보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11 thoughts on “미안하지만 대통령은 필부다

  1. 한겨레가 ‘필부’의 수준을 너무 낮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필부도 사석에서는 막말하고 주먹 흔들고 하지만,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한다면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지요.
    필부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라는 표현은 잘못됐지만 이번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할 다른 근거는 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가 매우 발전됐다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총리나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말했다면 분명 구설에 오르지 않았을까요?
    전 조중동의 ‘꼬투리 잡아서 대통령 때리기’ 방식을 매우 혐오합니다만, 노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모두 조중동 식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 말투로 시비거는 언론과 거기에 덩달아 춤추는 사람들…
    이러니 언론들이 지들이 언론인줄 알고 언론질 하는 거겠죠.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사망한지 오래입니다.

    프랑스의 르몽드같은 신문이 대한민국에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현승아빠님 반갑습니다.
    프랑스에 르몽드 같은 정론지는 나찌에 부역했던 언론인들을 모두 단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친일파와 친일 신문을 프랑스처럼 정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언론의 횡포는 볼 수 없었겠죠. 첫 단추를 잘못 꿴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죠.

  4. 글의 취지는 이해합니다만, 다소 아쉬운 것은… ^^;
    사소한(혹은 중대할 수도 있는) 꼬투리 표현에 집착하는 기존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시면서, 님 역시 ‘필부’라는 표현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표현 하나에 담겨있는 철학이나 함축이 중대하고, 본질적일 수 있겠지만…
    조선일보의 사설과 한겨레의 사설을 ‘같은 차원’에서 “똑같다, 똑같애” 이렇게 거칠게 ‘인상비평’하시는 것이 과연 어떤 논의의 실익을 가져다 줄는지 의문입니다.

    저 역시 한겨레의 사설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그 전체로서가 아니라, 사소한 꼬투리로 비판해서이지, 단순히 노무현을 비판해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한겨레가 지금까지 보여준 (부동산 사태 이전까지) 태도는 노무현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옹호, 혹은 배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단순히 노무현이 조중동 찌라시에 비판받기 때문에, 단순한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서서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비판과 옹호가 문제를 전체로서, 그리고 본질적으로 접근한 것인지, 그리고 나름의 정당한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겠죠.

    서툰 생각 몇자 적어봤습니다.
    혹여라도 불쾌하셨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5. 민노씨 님 지적대로 이 글은 필부라는 표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 사설은 조중동의 논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투를 꼬투리 잡으면서 마치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한겨레는 그래도 다른 쓰레기 언론과는 달라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어서겠지요.
    기대가 있으면 실망도 큰 것 아닌가요.

    한겨레를 비판하면서 어떤 실익을 가져다 줄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아무튼 요즘 한겨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

    민노씨 님의 지적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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