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에 대한 사기

비정규직 법에 대한 사기

비정규직 법을 유예하지 않으면 수십 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할 것이라는 정부와 한나라당과 언론들의 “협박”이 과연 사실일까? 계약한지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은 모두 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과연 비정규직 법에 명시되어 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여 친히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방문하여 “비정규직 법”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결과는 없었다. 비정규직 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은 없었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부 소관 법령들 중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었다. 그러니까 언론들이 얘기하는 비정규직 법이 바로 이 법안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차별을 어느 정도 해소해 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의 목적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차별은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나 한나라당 그리고 대다수 언론들이 법을 유예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협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법의 4조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제4조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이 법에 따르면 되도록이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4조 1항에는 2년을 초과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이 지났다고 해서 해고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했다고 해서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규정도 없다.

문제는 4조 2항의 경우인데, 특별한 사유없이 2년을 초과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정규직은 아니지만, 함부로 해고할 수는 없는 것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자본가들을 대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언론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함부로 자를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2년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2년이 초과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함부로 잘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지금 한나라당이나 언론이 얼마나 추잡한 사기를 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사기업도 아닌 정부기관과 공기업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한다고 하니 정말 이들이 얼마나 서민(鼠民)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악어의 눈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전형적인 경우라 하겠다.

결론은 이렇다. 이 법의 목적과 취지는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이 법에는 2년이 초과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 법 때문에 2년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른다는 자들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큰 문제가 없다. 이 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둔 것뿐이다. 지금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그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받아드릴 수 없다고 법을 유예하자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노동자들 중에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향후 어떤 선거에서든지 한나라당에 투표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8 thoughts on “비정규직 법에 대한 사기

  1. 그게 정말인가요?
    저같은 사람이야 뉴스에 나오는대로 믿을 만도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언론이 그런 식으로 기정사실화 한 거라면..
    너무 기막히네요.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2년이 되기전에 짤리는게 사실인데요.

    그런데 그거 말고 특별한 훈령이나 조례 같은 경우도 없는게 사실인가요?

  2. 위의 댓글에 .. 수정이 되지 않아서.. 첨언해봅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는게 정규직을 의미하는게 ‘정말’ 아닐까요?
    정규직이 아니라면 왜 모든 (한나라당을 제외하고서라도)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해석하는 걸까요?

  3. 소요유님,
    이런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겨레나 경향 특히 조중동에 올리셨으면 합니다.
    좋은 일 하시는 님같은 분이 계시다니
    살 맛이 좀 나네요.

    1. 저는 조중동은 아예 처다보지도 않을 뿐더러 한겨레나 경향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언론이 없다는 것입니다.

  4. 님의 말씀 동감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이런 정보를 공유하도록 애를 써야 되지 않을까해서요.
    조중동의 해악에 대해서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국의 수도권을 제외하면 그나마 한겨례조차 보기가 힘들다고 해서요. 정말 한숨만 나오지만 님같은 분이 계셔 힘이 납니다.

    1. 님의 말씀이 백 번 옳습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9할을 포기했습니다. 내가 태어난 조국이기에 내 부모가 살고 계신 조국이기에 아직 1할을 포기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님께서 오히려 저에게 힘을 주시는군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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