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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소요유

시가 와 닿지 않는 이유

시가 와 닿지 않는 이유

시적 외양은 다 갖춰졌는데 와 닿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 말의 꼬임이 없다.
  • 너무 복잡해서 흐름이 안 보인다.
  • 안 깎은 연필 글씨처럼 표현이 뭉툭하다.
  • 말의 드리블이 느리거나 서툴다.
  • 빌려 입은 옷처럼 멋 부린 느낌이다.
  • 세부가 없이 너무 담방하다.
  • 뻔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
  • 처음부터 하려는 얘기가 다 보인다.
  • 머릿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다.
  • 이 시를 왜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성복, 무한화서, 2015, p. 92>

쉬는 날

쉬는 날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김용택, 쉬는 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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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활짝 핀 코스모스를 보며, 김용택의 시를 생각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푸른 하늘 아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나 보면서 놀아야겠다.

사랑은 불이어라

사랑은 불이어라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우리 사랑은 불처럼 위험하고 강물처럼 슬픔 어린 것이란다 나를 던져 온전히 불사르는 사랑 나를 던져 남김없이 사라지는 사랑 사랑은 대가도 없고 바람도 없고 사랑은 상처 받고 무력한 것이지만 모든 걸 다 가져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사랑이 길이란다 사랑이 힘이란다 사랑이 전부란다 언제까지나 네 가슴에 사랑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눈보라 치는 겨울 길에서도 우리 사랑은 불이어라 <박노해, 사랑은 불이어라, 2013>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박노해, 다른 길, 느린걸음, 2014, p. 253>

인생 최대의 거짓말

인생 최대의 거짓말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세상은 바뀐다. 세상은 다른 누군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헤맬 일도 없고 뭘 해도 상관없다.

남이 내게 무엇을 해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라.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 상관없다. 당신부터 시작하라.

다른 사람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 감각’이다.

누구도 자기의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자신의 과제와 다른 사람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은 단순하고, 인간을 변할 수 있으며,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인플루엔셜>

[산티아고 순례길 12] 길에서 만난 아이들

[산티아고 순례길 12] 길에서 만난 아이들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은 한여름이라도 밤낮의 기온 차이가 꽤 크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기분좋게 걸을 수 있지만, 한낮이 되면 따가운 햇볕에 쉽게 지친다.

해가 중천으로 넘어갈 즈음, 마을 입구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는 소년은 순례자들을 상대로 레모네이드를 판다고 했다. 얼굴도 잘생기고 머리도 영리한 소년은 레모네이드에 값을 매기지 않았다. 한잔 마시고, 내고 싶은 만큼 기부하라고 했다. 그 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했다. 더위에 지친 순례자들은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시고, 적어도 1유로 이상의 돈을 기부했다. 그 녀석의 장사 수완에 순례자들은 모두 유쾌한 한때를 보냈다.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릴 때, 아이들은 수영복만 입고 다리 위로 달려갔다. 겁이 없는 개구쟁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리 위에서 개울로 몸을 던졌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칠까봐 잔소리를 해대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이빙을 하고 멱을 감았다. 그 아이들 머리에서 나바라의 햇볕 냄새가 났다. 평화로운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역시 천국은 아이들의 것이었다.

여왕의 다리(푸엔테 라 레이나)를 떠난 카미노는 마녜루와 시라우키를 지났다. 포도밭과 밀밭이 번갈아 나오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비행기가 길을 내면서 날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에스테야인데, 이정표에 적힌 거리가 잘못된 듯 걸어도 걸어도 그 마을은 나오지 않았다.

레모네이드 파는 소년
레모네이드 파는 소년
물놀이하는 아이들
물놀이하는 아이들
저 멀리 시라우키 (살모사 둥지)
저 멀리 시라우키 (살모사 둥지)
나바라의 포도밭
나바라의 포도밭
추수 끝난 밀밭과 비행운
추수 끝난 밀밭과 비행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
노란 바람개비와 순례자
노란 바람개비와 순례자
부엔 카미노, 코리안!
부엔 카미노, 코리안!
블로그 10년

블로그 10년

블로그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많은 말을 했다. 슬픔과 분노와 비난을 토하기도 했고,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 말들이 서로 뒤섞여 지난 10년의 흔적을 이곳에 새겼다.

흔적 없는 삶을 욕망하면서 흔적을 남기는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모든 욕망을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을 바랄 수 있을까?

삶이 허락되는 한, 블로그는 지속될 것이고 흔적은 남을 것이다. 새로운 10년은 더 간소하고 담백하게 살아보련다.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아이패드 키보드 한영전환

아이패드 키보드 한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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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iPad Mini)를 사용하다가 키보드가 필요하여 Logitech Ultrathin Keyboard Cover를 구입했다. 그런데 iOS 9으로 판올림한 후 한영전환 키가 작동을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패드에 입력을 자유롭게 하려고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인데, 한영전환이 자유롭지 않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 저것 구글링을 하다가 알아낸 것은 Ctrl+Space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 키보드에는 Ctrl 키가 없다. 어떤 글에는 Shift+Command+Space를 사용하면 된다고 나와 있는데, 이것도 해결책이 아니었다.

한동안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다가 며칠 전 iOS 10으로 판올림한 후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도전하였다. 그리하여 알아낸 결과는 바로 Function+Caps Lock이다. Function 키와 Caps Lock 키를 동시에 누르니 이전처럼 한영전환이 자유롭게 되었다.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iOS 10에서 Settings > General > Keyboard > Hardware Keyboard > Caps Lock Switch to/from Latin 을 켜주어야 한다. 간단한 것인데 알아내기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아이패드 미니를 위한 Logitech Ultrathin Keyboard Cover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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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쉬어라

일 없이 쉬어라

스님들이여! 그대들이 눈앞에서 쓰는 것은 조사나 부처와 다르지 않음에도, 이와 같이 믿지 않고 다시 밖에서 구하는구나.

착각하지 마라! 밖에는 법이 없고, 안에서도 법은 얻을 수 없다. 그대들은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취하기보다는 일 없이 쉬는 것이 좋다.

이미 일어난 것은 이어 가지 말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일어나도록 할 필요가 없으면, 곧 그대들이 10년 동안 공부하러 돌아다니는 것을 능가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여러 가지 것이 없다. 다만 평범하게 옷 입고 밥 먹으며 일 없이 시간을 보낼 뿐이다.

<김태완 역주, 임제어록, 침묵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