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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소요유

단 한 명의 의인

단 한 명의 의인

구약 성경에 보면, 아브람은 소돔과 고모라를 구하기 위해 열 명의 의인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하고, 여호와는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킨다. 아브람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열 명의 의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는 우리나라 “미시경제학의 대가”라 불리운다. 미시경제학을 전공했으니 그는 진보 경제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상식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용기까지 보여 주었다.

대부분 지식인들의 공통점은 유약하다는 것이다. 일부는 권력의 강아지가 되는 것을 서슴지 않고, 또다른 일부는 진보연하면서 심한 딴지를 건다. 이런 구역질 나는 상황에서 이준구 교수는 꼿꼿한 의인이 되었다.

경부운하를 지지한다는 일부 교수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정말 멍청한 사람들이다. 경부운하가 말도 안되는 허황된 짓인 줄 알면서도 자기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며, 경부운하가 경제성이 있고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 생각하는 교수들은 자신들의 지능지수를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유약한 지식인 사회에서 이준구 교수는 첫 번째 의인으로 나섰다. 우리 사회에서도 열 명의 의인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저 경부운하와 같은 또라이 짓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경부운하는 상식과 비상식을 가르는,더 나아가 생존과 공멸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내가 초보 블로거인 이유

내가 초보 블로거인 이유

블로그를 시작한지 15개월이 지났다. 15개월이 지났어도 아직도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하는 나에게 올블로그에서 탑 블로그 100이라는 또다른 딱지를 붙여 주었다. 탑 블로그 중에서도 2위란다. 나는 올블로그 운영진이 어떤 기준에 의해 탑 블로그를 선정했는지 알지 못한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 이유가 분명치 않았을 때는 좀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다른 훌륭한 블로거들에 비하면 정말 초보 블로거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5개월 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는데 소홀했고, 다른 블로거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꺼렸다. 전형적인 초짜들이 하는 짓 아닌가? 다른 블로그에는 댓글을 남기지도 않았고, 트랙백을 보내는 것도 드물었다. 그렇기에 내 블로그에 찾아오는 이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끔 올블로그에 인기글로 등록되었을 때 조회수가 조금 느는 정도였다.

이런 내 블로그를 올블에서 두번 째 탑블로그로 선정한 것은 일종의 랜덤 샘플링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선정이 아니라 뽑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평생 한 번도 복권을 산 적이 없다. 뽑히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2007년은 운이 좋았다.

한 달에 열 개의 글을 올리기도 버거운 나이지만, 올해는 조금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올해 말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블로그들을 하나 둘 찾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고, 서로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블로그를 등록하여 지속적인 교류를 해볼 생각이다. 현재 나의 블로그롤에는 두 개의 블로그가 등록되어 있다.

올블 같은 메타블로그는 훌륭한 소통 매체지만, 그 관계가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다. 초보가 아닌 성숙한 블로거일수록 직접적인 교류와 관계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나도 올해는 초보 딱지를 좀 떼고 싶다. 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탑 블로그로 선정해주신 올블 운영진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1년간 보잘 것 없는 블로그에 오셔서 글을 읽고 소통해주신 많은 블로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

올블로그 어워드 2007

“맥북 에어”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은

“맥북 에어”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선보인 맥북 에어(MacBook Air)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런 노트북이어서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름신의 강한 유혹을 느꼈다. 하얀 맥북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무게의 압박감, 견고하지 못하고 때가 잘타는 외관에 조금은 실망했던 터라 맥북 에어의 출현은 내가 가려워했던 곳을 아주 정확히 긁어주는 것이었다.

맥북 에어보다도 더 갖고 싶었던 것은 그것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었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낡은 운동화, 단상 위에 물병 하나. 소탈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날카롭고,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그의 외모와 목소리.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2008 프리젠테이션은 거의 완벽한 쑈였다. 1시간 30분간 계속된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최고 경영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자금이나 만들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그런 경영자가 아닌, 진정 기술 혁신(innovation)을 알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회사와 경영자, 직접 자기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시현해 보이면서 “Isn’t it cool?”을 연발할 수 있는 경영자, 그런 것이 부러웠다. 그의 자신감과 실력과 아이디어와 노력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생겨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봐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과학과 기술을 천시하고, 이공계를 기피하며, 도전 정신이 사라진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다. 프로그래머가 천대받고, 3D 업종으로 전락한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의사가 되어 (그것도 성형외과) 사람들 점이나 빼고 있고, 또는 검사가 되어 권력의 개 노릇을 하려 하는 나라에서 무슨 스티브 잡스가 나오겠는가.

인터넷으로 중계된 그의 발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미국의 강대함을 깨달았다. ‘부시가 아무리 깽판을 쳐도 미국이 쉽게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가?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자괴감과 열등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나저나 맥북 에어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박종철, 언제 우리는 그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박종철, 언제 우리는 그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영정 속의 박종철은 언제나 20대 초반의 앳띤 얼굴이다. 그가 죽은지 21년이 되었지만 그는 늘 순수한 청년으로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 20대 청년의 죽음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불씨가 되었고, 그의 목숨을 댓가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가 가고 21년이 지났다. 그와 함께 20대를 보냈던 청년들은 지금 다 40대의 중년이 되었다. 청년 시절, 독재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섰던 그들도 세월의 버거움에 두 손을 들었다. “도덕성이 밥 먹여 주냐”며 그들은 지난 세월을 저주했고, 자신의 안위만을 갈구했다.

박종철과 함께 보냈던 20년 전의 시간은 이제 화석이 되었다. 영웅은 전설이 되지 못하고, 영정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1년 전에도 그에게 미안했던 나는 이제 그에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언제 우리는 그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삼성 음모론이 의미있는 이유

삼성 음모론이 의미있는 이유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 음모론 (이하 삼성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중년탐정 제닉스 님은 태안 앞바다에서 직접 피해를 당한 어민들을 취재하고 “태안 사태는 조작이다”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이 주장하는 것은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고, 삼성호가 고의로 유조선을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블로그계에서도 그 주장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민노씨 님은 “태안 음모론과 미끼질, 그리고 냄비근성”이라는 글로 논리적인 반박을 했다. 이어서 제닉스 님은 “태안 사태에 대한 관전 포인트”라는 글로 이 사건의 중요한 점들을 정리해 주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봐서는 정말 삼성호가 유조선을 고의로 들이받았는지 알 수 없다. 민노씨 님의 반박처럼 제닉스 님의 취재 결과가 말도 안되는 허황된 주장일 수도 있다.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의 인터뷰만으로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닉스 님의 문제 제기는 현재 상황에서 몇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제닉스 님의 동영상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건 당일 삼성호는 남쪽으로 정상적인 항해를 하다가 갑자기 선수를 돌렸다는 것이다. 어민들의 주장으로는 그 운항행로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선수를 돌렸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 방향도 육지 쪽이 아닌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바깥 바다 쪽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수십 년 배를 운항해본 경험이 있는 어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더군다나 배의 충돌 사고시 좌현과 좌현이 부딪혔으면 사고라고 할 수 있으나, 이번 경우에는 유조선의 좌현과 삼성호의 우현이 부딪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들어 어민들은 삼성호가 고의로 유조선을 들이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어민들의 주장들을 이 동영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일리가 있는 얘기들이다. 더군다나 삼성호는 관제실로부터 충돌 위험을 수차례 통보받았으나 사건 당시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무선 통신이 두절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써 여러 개가 겹치고 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러한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사고 선박의 선장을 비롯하여 사고 현장에 있었던 선원들을 철저하게 수사하는 길밖에 없어 보이는데, 정작 한달 동안 수사를 해 온 해경과 검찰은 공식적인 수사 발표를 하지 않았다. 환경연합의 성명서를 보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태안해양경찰서(서장 최상환)는 1월 2일, 그 동안 진행해 온 서해 기름오염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결과를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결과는 충돌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 예인선단 선원 3명(2명 구속)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원 2명을 입건하고, 크레인과 유조선의 소유회사들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해경은 이와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조사 내용이 발표될 경우 증거인멸 등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검찰의 지휘가 있어 별도의 수사내용 발표 없이 사건 일체를 송치했다.

수사결과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해경의 이례적인 수사결과 발표 거부는 국민적인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건 발생 한 달이 되도록 수사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증거 인멸을 여지를 남길 만큼 그동안 허송세월을 했다는 것인가? 40~50만 명의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기름띠를 닦아내고 있는 동안, 경찰과 검찰이 한 일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아직도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도리어 해경과 검찰이 앞서서 사고 책임자를 비호하는 행동 앞에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과 검찰은 삼성의 로비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인가?, 환경연합]

상식적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들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사고를 낸 당사자 삼성중공업은 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이 넘도록 사과는 고사하고 변명 한마디 없다. 이것을 수사한 해경과 검찰은 한달 동안 수사한 것을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고, 언론들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 사고의 전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삼성은 현재 청와대를 능가하는 우리나라 최고 권력이다. 참여정부도 할 수 없었던 언론과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닉스 님의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최소한 피해당사자인 어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그 주장들이 허황된 얘기라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제닉스 님이 “태안 사태는 조작이다”라고 아주 강하게 단정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조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우리가 아는 정보가 너무 없다. 그냥 “의혹” 수준에서 주장을 해야 했고, 따옴표라도 써서 (조중동이 잘 하는 것 있지 않은가) 어민들의 주장을 전하는 것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제닉스 님처럼 발로 뛰는 블로거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 잘난 기자들도 하지 않는 일을 블로거가 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어민들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담아낸 것도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제닉스 님의 후속 보도를 기대해 본다.

수십만 명이 자원 봉사를 해서 태안 앞바다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 사고의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삼성 측의 사과를 받아내야 하며, 어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보다도 후자가 더 요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김광석, 나의 청춘이여

김광석, 나의 청춘이여

노래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에 묻혀있던 옛 기억들이 솔솔 풀려나온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단 한 명의 가수를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김광석을 꼽는다. 그것은 더없이 아름다운 그의 노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와 함께한 나의 청춘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20대, 30대는 어김없이 그의 노래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벌써 12년이 되었다), 그의 죽음은 벼락같이 찾아왔다. 너무도 갑작스런 그의 부음은 전혀 현실감이 없었고, 그 누구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는 분명한 이유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갔다. 마치 기타 하나로 지상에서 1000번의 공연을 해야만 했던 타락천사처럼. 그 공연을 무사히 마치면, 다시 천상의 세계로 되돌아갈수 있었던 바로 그 천사처럼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그가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노래에 뒤섞여버린 내 청춘은 그와 함께 떠날 줄 몰랐다. 그의 부재는 남겨진 그의 노래에 아련함을 더해 주었고, 그가 떠난 이후 나는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를 붙잡고 있었다. 슬픔은 언제나 살아남은 자의 몫이지만, 그가 남긴 노래들로 인해 그 슬픔은 추억으로 승화되었다.

갓 서른을 넘기고,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김광석.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를 떠나 보낸 것도 아니고, 그가 우리를 떠나고 싶었던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점점 우리들 마음 속에 스며들고, 여전히 우리들은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내 청춘은 머무르지 않지만, 김광석의 노래 속에는 오롯히 살아 있다. 내 첫사랑의 추억이 그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 젖어 있듯이. 때문에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죽는 날까지 내 청춘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김광석이여, 나의 청춘이여!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물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어느 하루 바람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삼성, 또 하나의 가족?

삼성, 또 하나의 가족?

미국 생활을 오래 하다가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미국 사람들이 “의외로” 실수를 잘 저지르지만, 여간해서는 사과를 잘 안한다는 것이다. 특히 업무에 관해서 잘못이 있을 때 그들은 냉큼 사과하지 않는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미국은 소송이 만능인 나라라서 한 번 잘못을 인정해 버리면 자칫 인생이 결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삼성중공업의 잘못으로 태안 앞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사고가 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삼성 쪽에서는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하청업체의 자본금이 5천만원이란다.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태안 앞바다의 피해가 수조원이 넘을 것 같은데,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이것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삼성이 하고 있는 일이다.

순박한 어민들과 국민들은 연일 자원봉사로 바다의 떠있는 기름을 닦아내기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할 기업은 말 한마디 없다. 사과는 커녕 항해일지까지 조작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이런 기업의 총수가 존경받는 나라이니 할 말 다한 것 아닌가? 삼성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를 했다가 자칫 회사가 결딴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에 몸을 사리는것 같다.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가? 미국식으로 말이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또 느낀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다는 것이다. 아주 잘나가던 기업이었던 에너지 회사 엔론과 통신 회사 월드컴은 분식 회계 때문에 망해 버렸고, 경영진은 10년 이상 감옥에서 죄값을 치루고 있다. 미국에서 탈세를 하다가 걸리면 그것은 거의 인생 종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삼성 총수의 아들은 4조의 돈을 벌면서 단 16억원의 세금을 냈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식들을 위장취업시킨 어떤 정치인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현 상태로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도 훨씬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닌가?

도대체 언제까지 금이나 모아가면서 나라를 살리자고, 태안 앞바다 기름을 닦으면서 바다를 살리자고 할 작정인가?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을 찍어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들인가? 당신들이 살리자고 하는 경제는 도대체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분노할 때는 분노할 줄도 알아야 하고,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얼마나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경부운하와 에비앙 생수

경부운하와 에비앙 생수

너무 오래된 일이라 언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한 30년 전쯤 될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에서는 물이 없어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는단다.” 이 말에 우리 모두는 깔깔대고 웃었다.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물을 외국에서 사다 먹는다”라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금수강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석유는 나지 않지만 산 좋고 물 좋은 그래서 축복받은 땅이 한반도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기억이 또렷히 되살아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동 사람들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들은 물이 없어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었지만, 우리는 멀쩡한 물을 파헤쳐 못먹게 만들고,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대운하 TF에서는 팔당댐 등에서 식수를 길어올리는 직접취수 방식을 지하수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간접취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 본격 시동, 한국경제]

한 10년 후쯤 중동의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배울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석유도 안나는 나라가 물을 외국에서 사다 먹고 있다. 한 때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물이 좋은 나라였는데, 그 좋은 물을 다 못먹게 만들었단다.” 중동의 어린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훗날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경제가 좋아지면 에비앙 생수를 사다 먹으면 그만이라고 얘기할 것인가? 에비앙 생수는 1리터에 2000원 정도하는 물이니 기름값보다 훨씬 비싸다고 해야 하나? 기름값이 비싸다고 세금을 내려달라는 국민들은 나중에 물값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

나는 30여년 전 중동의 어린이들에게 미안하고, 나는 나의 자식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게으른 블로거의 2007년

게으른 블로거의 2007년

며칠째 겨울비가 내려 쌓인 눈을 모두 녹였다. 나를 비롯한 인간들이 싸질러놓은 오물로 어머니 대지는 확실히 더워지고 있다. 나 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한테 따뜻한 겨울은 축복일 수 있겠으나, 이것을 온전히 달가워할 수만은 없는 슬픈 겨울이다.

2007년 한해가 간다. 시간의 연속성으로만 본다면야 오늘 뜨는 해와 내일 뜨는 해가 다르지 않겠지만, 그 시간을 마디마디 끊어서 새로운 숫자를 부여하는 인간들의 행위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라도 해야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자기 삶의 궤적을 돌아볼 것이 아닌가.

7년만의 귀환이었다. 객지를 떠돌다 돌아온 나에게 한반도는 적당히 낯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안식처를 제공하였다. 지난 7년 동안 심신이 피로하였으나, 2007년은 그 피로를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개인적인 성취와 보람도 있었으며, 늘 그렇듯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다. 올해도 나는 운이 좋았다.

처음으로 블로거로서 온전한 한해를 보낸 나는 이제 갓 초보 딱지를 뗀 운전자의 모습이었다. 돌아보면 내 주장의 과잉에 종종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좀 더 따뜻한 글들을 많이 써볼껄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2007년 순간순간의 내 모습이었기에, 훗날 이 글들을 되돌아보면서 2007년을 추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이 블로그는 참으로 게으른 나에게 의미가 있다.

보잘 것 없는 글에 이름모를 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었다. 그분들의 댓글로 이 블로그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밀실에 유폐되지 않은 채 광장과 나름대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블로그를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2008년이 더 나은 한 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봐선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때문에) 감히 “더 행복하세요”라고 빈말이라도 기원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해인사 한마디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십시오. 살아보니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더이다. 몸도 건강하고 그리고 생각도 건강한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견뎌야할 시간들이 우리들이 예상한 것보다 쉽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로 중매서기

블로그로 중매서기

3주 전쯤에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출근길에 우연히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를 듣다가 울컥해져서 썼던 글이다. 공교롭게도 이 글에 세 분이 댓글을 주셨는데, 한 분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계신 어느 목사님이었고, 다른 두 분은 아직은 결혼 전인 분들이었다.

미혼이신 이 두 분의 블로거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가끔 그분들의 블로그를 찾아 가서 글을 읽을 뿐이었다. 따라서 그분들의 글을 통해서 대강 어떤 블로거들일까 그냥 내 짐작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직 노총각이라고 밝힌 남성 블로거는 블로그계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유명한 분이다. 블로거로서 방송에도 섭외되어 인터뷰를 하실 정도니까. 게다가 그 분의 박학다식하고 사려깊은 글들은 나를 포함한 많은 블로거들을 사로잡고 있다. 가칭 연애 상담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 여성 블로거는 블로그계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초보 블로거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운 글을 썼고, 내가 우연히 그 글을 읽고 “좋은 남자 고르는 법”이라는 관련글을 보냈다.

굳이 불교 말씀을 꺼내지 않더라도 나는 살면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다. 내 블로그에 올린 결혼과 사랑에 관련된 글에 두 분의 선남선녀가 댓글을 주셨고, 어떤 우주의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 두 분을 연결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다.

블로그계에서 이런 프로젝트는 아마 처음인 것 같고, 두 분의 블로거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분들의 필명조차 적지 않았지만, 나는 두 분이 현재 교제하는 사람이 없다면, (굳이 결혼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한 번 서로 교신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정중하게 제의해 본다. 서로의 블로그를 찾아 댓글을 남기거나 관련글을 보내고, 이메일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 등을 교환하여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내가 두 분의 블로거를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라서 상당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나는 나의 본능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다. 사실 이 글은 벌써부터 쓰려고 했는데, 연말에 개인적으로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새해에 두 분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 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좋은 상대를 어떻게 만나느냐는 것인데, 거기에는 운명이란 것이 복선처럼 깔려 있다. 이 글이 두 분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두 분 다 더욱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