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d by
Category: Life

마을공동체의 30가지 특징

마을공동체의 30가지 특징

  1. 사람들이 행복하고, 웃음이 많다.
  2. 불안감이 없다. 특히 노후 불안이 없다.
  3.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큰 집, 고급 차, 가방 등 사치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4.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고 풀어놓으니 아이들의 천국이다.
  5. 남녀가 평등하다. 오히려 여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6. 즐거운 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늘 함께 식사를 하거나, 파티가 이어진다.
  7.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적다.
  8.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고민과 아픔을 터놓을 사람이 늘 곁에 있다.
  9. 외롭지 않다. 외롭게 두지 않는다.
  10. 삶과 이상이 함께한다. 이상은 이상이고, 삶은 삶일 뿐이라는 이중성이 없다.
  11. 갈등을 방치하지 않고, 푸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12.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다. 일 중심이 아니고 인간 중심이다.
  13. 병자와 노인과 장애인을 잘 돌본다. 아플 때 돌봐주고, 병원에 데려가줄 사람이 있다.
  14. 어른과 아이들 사이 세대 간 소통이 잘된다.
  15. 외부인에게 열려 있다. 일반 가정보다 외부인을 잘 초청한다.
  16. 시댁과 처가 식구들과 벽이 없다.
  17. 사고나 사건에 휘말렸을 때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도와준다.
  18. 밥상이 풍성하다. 친환경 먹거리를 먹는다.
  19. 깊은 대화를 한다. 피상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속내를 터놓으며 고백하고 경청한다.
  20. 삶의 지혜가 공유된다.
  21. 육아 부담이 없다.
  22. 스펙에 집착하지 않는다.
  23. 저비용 고효율이다. 돈이 적게 든다.
  24. 나눔이 일상화되어 있다.
  25. 신경정신과가 필요 없다.
  26. 왕따와 소외된 사람이 없다.
  27.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헌신적이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존경받는다.
  28. 자연이 아름답다.
  29. 동물도 행복하다.
  30.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조현,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휴, 2018>

사나운 여름

사나운 여름

한반도의 여름은 늘 무더웠다. 그러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되면 지난 여름의 더위를 잊는다. 그걸 어찌 다 기억하겠는가. 잊어야 할 것은 잊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 1994년 더위는 정말 대단했다. 그해 여름 배를 만드는 조선소에 자주 출장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용접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더위는 섭씨 60도를 넘었다. 살인적이었다. 철판 위에 삼겹살도 굽고 달걀도 부쳐 먹었다.

올 여름도 1994년 못지 않다. 벌써 한달째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누구는 가마솥 더위라고 하고, 누구는 찜통 더위, 누구는 불볕 더위라고 하는데 이런 말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라 그러더라.

이제 입추도 지났고 조금 있으면 말복이 오니, 어차피 더위는 꺽일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장마가 지나고 비다운 비가 오지 않는다. 태풍이라도 지나가면 비가 오려나.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 21세기를 산다 하지만, 하늘이 도와 주지 않으면 인간들은 살 수 없다. 그러니 이 더위 앞에 우리 인간들은 여전히 겸손해야 한다.

집에 선풍기를 대신할 냉방기를 들여놔야 되겠다고 생각한 첫 여름이다. 사나운 여름이 그렇게 지나간다.

비행 사고

비행 사고

새벽에 오리 세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한 놈이 전깃줄에 걸려 떨어졌다. 퍼덕거리다 다행히 개울 위로 떨어져 다친 것 같지 않았는데, 그 놈이 저도 놀랐는지 물 위를 헤엄치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머지 두 마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개울 위 전깃줄이 오래도록 파르르 떨었다.

완벽한 봄날 아침

완벽한 봄날 아침

밤새 비가 내리다가 그쳤습니다.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왔고, 마치 렘브란트가 그린 풍경처럼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아파트 울타리에 붉은 장미가 가득 피었습니다. 비가 개인 5월 어느 봄날 아침 풍경입니다.

앞산의 뻐꾸기가 아침부터 청아하게 울었고, 다리 밑의 비둘기 가족도 구구거리며 인사를 했습니다. 개울에는 오리 몇 마리가 퍼덕거리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밤새 내린 비로 개울 물이 제법 불었습니다. 그 개울 옆으로 산책길이 잘 닦여 있는데, 새벽마다 그 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그 사이사이로 토끼풀과 갈퀴나물이 보입니다. 앙증맞은 애기똥풀이 귀엽습니다.

여름의 코스모스라고 불리는 금계국이 노란 꽃잎을 한들거리고, 데이지의 청초한 흰꽃이 봄날 아침을 반겨 주었습니다. 누군가 심어 놓은 남보라색의 붓꽃이 우아함을 자랑했고, 찔레꽃 향기가 개울 따라 멀리 퍼져 나갔습니다.

모든 순간이 기적처럼 다가왔습니다. 꽃들과 풀들과 나무들과 새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있었고, 그 사이를 걷는 순간 행복한 느낌이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먹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푸른 하늘이 보였습니다. 곧 날이 갤 모양입니다. 바람이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불었고, 구름은 바람을 따라 흩어졌습니다. 봄날은 갑니다. 무심히도. 하지만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낀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감히 얘기하건대, 삶은 기적입니다. 모든 순간이.

결혼 20주년

결혼 20주년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과 결혼한지 오늘로 20년이 되었습니다. 20년 전, 당신은 화사한 봄날에 피어나는 복사꽃 같았지요. 그렇게 예쁘고 재기 발랄했던 당신과 스무 해를 같이 살았네요.

삶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동안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좋은 일은 함께 기뻐했고, 힘들고 지칠 때는 당신이 위로가 되어 주었지요.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보잘 것 없는 사내가 당신과 함께 20년을 살면서 괜찮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사랑을 알게 되고 행복을 깨달았으며, 좋은 아빠가 되려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 덕분입니다. 우리의 분신인 딸아이를 얻은 것도, 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이제 열여덟의 예쁜 고등학생이 된 것도 모두 당신 덕입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그냥 인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얘기했듯, 우리는 이전 생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부부나 남매의 인연을 반복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생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벼락 같은 행운이었고, 당신과 같이 지낸 모든 순간들이 축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죽는 날까지 아니 그 이후의 생에서도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네요. 모든 게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성숙한 영혼이 되고 싶고 조금 더 괜찮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결혼 20주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당신이 맨날 말로만 때우냐고 구박할 것 같아 칼릴 지브란이 쓴 결혼에 관한 시 한 편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겁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두 사람은 함께 태어나서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죽음의 흰 날개가 두 사람의 날들을 흩뜨려버릴 때에도 두 사람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래요, 두 사람은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함께 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하되 거리를 두십시오.
하늘 바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구속하지 마십시오.
사랑이 두 사람 영혼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 잔에서만 마시지 마십시오.
서로에게 빵을 나누되 한쪽 빵만을 먹지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각각 혼자이게 하십시오.
마치 거문고의 줄들이 같은 노래로 함께 울릴지라도 각각 혼자이듯이.
서로 마음을 주십시오. 그러나 그 마음을 묶어 놓지는 마십시오.
저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십시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마십시오.
성전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칼릴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

느림

느림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 경쟁이다.

<정호승, 위안 중에서>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 왔고, 너무 빨리 가려 발버둥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요, 여유다.

살다 보면

살다 보면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수오서재, 2017, p. 275>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 할머니의 그림은 따뜻하고 잔잔하며 예쁘다. 그리고 사랑과 위로를 담고 있다. 책의 제목대로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성공할 이유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지금 하면 된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행복 10계명

행복 10계명

1.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살되 타인의 인생을 존중하라.
누구나 이렇게 살아야 한다. 로마에는 앞으로 나아가라,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도록 두라는 속담이 있다.

2. 타인에게 마음을 열라.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자신만 생각하고 살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3. 고요히 전진하라.
친절과 겸손은 우리 삶을 고요하게 이끈다.

4. 건강하게 쉬어라.
우리는 예술과 문학을 향유하고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을 잃어버렸다. 소비주의는 우리에게 늘 걱정과 스트레스를 주고 건강한 여가 문화를 앗아가 버렸다. 식사 시간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 얘기를 나누라.

5.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가족을 위한 날이기 때문이다.

6. 젊은 세대에 품위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혁신적인 방법을 찾으라.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들은 쉽게 마약에 빠지거나 자살을 선택하기 쉽다. 우리는 젊은이들과 함께 창의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다.

7.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라.
환경 파괴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스스로 묻지 않는 질문은 인간의 이 같은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환경 파괴가 인간 자신을 죽이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8.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
다른 사람들을 험담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다는 뜻이다. 이는 ‘나 자신이 너무 비천하므로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릴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9. 타인을 개종하려 하지 말고 다른 이의 신앙을 존중하라.
우리는 대화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모든 일 가운데 최악은 개종이다. 교회는 개종이 아니라 교회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통해 사람들이 동참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다.

10. 평화를 위해 일하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평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가 결코 아니다. 평화는 늘 앞서서 주도하는 역동적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얘기한 행복 10계명이다. 중세 카톨릭은 구원받을 수 없을 정도로 타락했지만, 오늘날에는 종교개혁으로 등장한 개신교보다 오히려 더 개혁적이다. 특히, 훌륭한 종교 지도자는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그 종교의 품격도 한층 높인다는 사실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증명하고 있다.

이 행복 10계명만 읽어도 행복해진다.

아내의 낮잠

아내의 낮잠

점심을 먹고 감기 기운이 있다며 아내는 자리에 누웠다. 세 시간 가까이 긴 낮잠을 잔 아내는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피곤하여 잠이 쏟아지는데, 아내는 심심하다며 계속 놀아달라고 보챘다.

“제발, 불 좀 꺼 주세요. ㅠㅠ”

“안 돼. 심심해. 나랑 놀아 줘.”

이렇게 10여분 간 실랑이를 하다가 불을 켠 채 잠이 들었다. 자다가 문득 깨어 보니, 형광등이 훤하게 켜져 있고 아내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불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역시 낮잠은 오래 자는 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새근새근 잠을 자는 아내가 몹시 귀여웠다.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