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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시인

사랑은 불이어라

사랑은 불이어라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우리 사랑은 불처럼 위험하고
강물처럼 슬픔 어린 것이란다
나를 던져 온전히 불사르는 사랑
나를 던져 남김없이 사라지는 사랑

사랑은 대가도 없고 바람도 없고
사랑은 상처 받고 무력한 것이지만
모든 걸 다 가져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사랑이 길이란다
사랑이 힘이란다
사랑이 전부란다

언제까지나 네 가슴에
사랑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눈보라 치는 겨울 길에서도
우리 사랑은 불이어라

<박노해, 사랑은 불이어라, 2013>

김남주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김남주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세상이 그를 잊는다해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아직도 그의 시가 나의 폐부를 찌르며 나를 일깨우는데, 어찌 그를 잊을 수 있겠는가. 살아야 할 사람들은 그처럼 그렇게 갔다. 하늘도 그가 필요했을까. 그래서 그렇게 빨리 그를 데려갔을까. 그가 간 지 벌써 13년. 세상은 그가 없이 이렇게 굴러왔지만, 그가 있었다면 조금은 더 떳떳한 곳이 되지 않았을까.

김남주. 우리 시대의 참시인이자 혁명의 전위에 선 사람. 그는 싸울 수 밖에 없는 시대에 태어나 시를 무기로 사랑을 무기로 싸웠다. 사랑으로 넘치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 그의 사랑은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물러서지 않았고 시가 되었다. 그의 시는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유효하다.

좋은 벗들은 이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살아 남은 이들도 잡혀 잔인한 벽 속에 갇혀 있거나
지하의 물이 되어 숨죽여 흐르고
더러는 국경의 밤을 넘어 유령으로 떠돌기도 하고

그러나 동지, 잃지 말게 승리에 대한 신념을
지금은 시련을 참고 견디어야 할 때,
심신을 단련하게나 미래는 아름답고
그것은 우리의 것이네

이별의 때가 왔네
자네가 보여준 용기를 가지고
자네가 두고 간 무기를 들고 나는 떠나네
자네가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준 말
참된 삶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 향한 끊임없는 모험 속에 있다는
투쟁 속에서만이 인간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혁명은 실천 속에서만이 제 갈 길을 바로 간다는
―그 말을 되새기며

[김남주, 벗에게]

그가 보여준 참된 삶을 추억하며 그의 시를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아! 김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