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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여유

느림

느림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 경쟁이다.

<정호승, 위안 중에서>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 왔고, 너무 빨리 가려 발버둥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요, 여유다.

전기 나간 날

전기 나간 날

아침에 출근하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사무실 형광등은 빛을 발하지 않았다. 컴퓨터에 전원 공급이 끊겼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았다.

사방이 고요한 침묵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책상 앞에 앉아 묵혀 둔 책을 꺼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 하루 종일 그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여직원에게 제발 시설팀에 전화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여직원은 피식 웃으면서 시설팀에 전화를 걸어 닥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쯤 세상은 다시 소음 속으로 되돌아갔다.

일주일에 한나절 쯤은 전기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책을 보든지, 동료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침묵 속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