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는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강은 슬픔을 위로하고 노동을 어루만졌다. 스스로 깊어가는 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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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은 용서할 수 있을까

20년 전 오늘, 박종철 그는 남영동 대공분실 차가운 욕조바닥에서 저들의 고문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함성으로 이어졌고 독재의 임시 항복을 받아냈다. 그가 죽은지 10년이 지난 뒤 정권은 교체되었고, 2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너무 많이 빚졌다.
나는 그가 죽은 후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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