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제주도

지구별에 비가 온다.

날씨에 무슨 죄가 있다고 폭염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를 서슴없이 붙이겠냐마는, 장마가 끝나고 올 여름 정말 사정없이 더웠다. 입추가 지나니 새벽녘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중국으로 간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비가 오니 갑자기 듣고 싶은 노래. 몇 달 전, 올레를 걸으면서 끊임없이 흥얼거렸던 노래. 그 노래가 듣고 싶다.

그 노래를 들으니 제주에 가서 올레를 걷고 싶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오름에 올라 미야자키 아저씨의 만화 영화에나 나올 법한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보고 싶다. 곶자왈 숲을 헤매면서 태고의 순간을 느끼고 싶다. 오솔길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조랑말의 갈기를 쓸어주고 싶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포구에 놓인 빈배를 보면서 저 멀리 밀려 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싶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들이 가꿔 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

<최성원, 제주도 푸른 밤>

휴가철도 끝나가건만, 올 여름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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