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너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
선녀가
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김용화, 딸에게>

나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는 아니었지만 천상의 선녀처럼 예쁘고 현명한 네 엄마를 만나 너를 낳았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 해서 어지간히도 게으르고 어정쩡한 사내였던 나는 아빠가 되었지. 철 모르던 사내들은 아빠가 됨으로써 비로소 어른이 된단다.

세상의 아빠들이 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겠지만, 아빠가 된다는 것은 신이 사내에게 내리는 가장 큰 축복이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생명을 껴안고 느끼는 사랑과 행복. 그 사랑과 행복에는 물론 그 생명을 지키고 키워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그런 소중한 것이지.

거짓이 진실을 억누르는 그런 못된 세상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래도 희망이 있고 일말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까닭은 너와 같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를 포함한 어른들은 정말 많이 반성해야 돼. 너희들이 살아갈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는 못할 망정 점점 더 힘들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면목이 없다.

아빠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너를 위해서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아빠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아빠는 노력할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아빠와 함께 진실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들을 배워 나가자. 물론 아빠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다. 건강하고 지혜롭고 행복한 삶, 그런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이다.

선녀가 떨구고 간 한 떨기 아름다운 꽃 같은 딸아, 너의 일곱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4 thoughts on “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1. 따님이 제 아들녀석이랑 나이가 같군요. 저도 따님의 생일을 멀리서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셨으리라 믿고 그런 행복이 계속되는 날들 되기 바랍니다.

    1. CeeKay 님, 감사합니다. 가까운데 계시면 제 딸이 CeeKay 님 아드님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2. 한RSS로 나중에 댓글을 달기 위해 ‘중요한 글’로 체크해 놓고 이제서야 글을 쓰네요. 🙂
    늦었지만 진심으로 아이의 7번째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아빠의 사랑이 듬뿍듬뿍 담긴 이 글보다 그 어떤 선물이 더 나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혼자서 외국 생활할 때 글을 읽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읽어 보라고 사랑의 편지를 써 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 된 딸아이는 그 때 그편지를 아직도 자기 앨범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시고 웃는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ps) 이리 고운 우리 아이를 시집보낼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옵니다.

    1. SoandSo 님 /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제 일곱살인 딸아이를 두고, 나중에 결혼시킬 생각을 하다가 울고 말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집사람이 저를 놀려대곤 했답니다. ㅠㅠ

      SoandSo 님과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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