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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Thoughts

유시민, 기어이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유시민, 기어이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낙선하고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감동적인 말이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도 않아야 하지만, 밭을 잘 알기도 해야 한다. 밭을 잘 알아야 그 밭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계획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은 밭을 알아버렸다.

유시민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보름 전쯤에 나는 유시민에 대해 “희망을 주지 마라”라는 글을 썼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나는 나를 포함하여 우리 국민들이 그런 수준의 정치인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자격이 없다.

유시민은 김진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경기도 지사가 되겠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기어이 희망을 만들어보겠다는데야. 말은 희망을 주지 말라 했지만, 유시민 펀드에 가입하고 경기도에 사는 지인들에게 전화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경기도 지사 선거의 야권 후보가 되었다. 물론, 김진표가 성숙하고 합리적이었기에 가능했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노무현, 유시민 같은 정치인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돈이란 것도 어차피 2% 정도의 강부자들이 가지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 돈에, 그리고 아파트 값에 목을 매고 있다. 4대강 죽이기로 온 강산이 초토화되어도 이명박의 지지율은 50%가 넘고, 김문수, 오세훈은 유시민, 한명숙의 지지율을 넘어선다. 온갖 거짓이 난무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 나라는 노무현 보다는 이명박이, 유시민 보다는 김문수가, 그리고 한명숙 보다는 오세훈이 더 어울리는 나라다. 부정할 수 있을까? 노무현을 그렇게 보내고도 부정할 수 있을까? 혹시 모르겠다. 서울시민들이, 경기도민들이 갑자기 정신 못차리고 한명숙, 유시민을 선택할 지도. 하지만, 그런 일이 진정 일어나겠는가? 민주주의가 밥먹여 주냐는 사람들 천지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밭은 여전히 척박하고, 잡초들은 무성하다. 밭을 탓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역사든 국민 수준 만큼 간다. 유시민의 도전은 아름답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유시민,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말라

유시민,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말라

나는 노무현 지지자이다. 그리고 노무현이 거의 공식적으로 인정한 후계자, 유시민을 지지한다. 노무현과 유시민은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정치인이다. 지지자들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그런 정치인이다.

유시민이 경기도 지사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난리가 났다. 수구,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유시민이 제2의 노무현임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다시는 제2의 노무현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처럼 유시민은 죽어줘야 했다.

민주당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장에 김민석을 내보냈다. 김민석이 누구인지는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기회주의자의 대명사. 민주당은 과연 단일화를 하기 위해 김민석 같은 자를 협상장에 내보냈을까.

경기지사 김문수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유시민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민주당이나 야권은 차라리 김문수가 이기는 꼴은 봐도 유시민이 승리하는 것은 볼 수가 없다. 왜? 제2의 노무현이 나오면 안되니까.

나는 유시민이 출마를 접었으면 한다.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이런 나라에 노무현, 유시민 같은 정치인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 이런 국민들은 노무현이나 유시민 같은 정치인을 감당할 수가 없다. 유시민이 주는 희망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문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그 희망을 거둬들여야 할 때이다.

이 나라는 노무현을 죽였다. 나는 그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가 노무현을 죽였다고. 이제 그 댓가를 치루고 있다. 아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예수를 죽인 이스라엘 민족처럼 한 2천년 정도 고난을 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시민,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말라. 노무현처럼 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나 대접받을 수 있는 정치인이다. 거짓과 탐욕으로 얼룩진 이 나라에서 당신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이 나라 국민들은 일말의 기대조차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아직은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유시민이 나서지 않았으면 한다.

희망을 말하지 말라. 기대를 갖게 하지 말라.

나도 가끔은 수구꼴통이고 싶다

나도 가끔은 수구꼴통이고 싶다

3주간 블로그를 팽개쳐 놓았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고 점점 황폐해지듯이, 블로그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장조차 잘 들르지 않는 블로그엔 스팸 댓글만이 쌓여 있었다.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글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단순하게 그들이 짖어대는 대로 믿어주고 싶기도 했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보도를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 증거가 없어도 상관없이. 아주 단순하게 쓰레기 언론들이 보도하는 대로 그냥 생각없이 믿어주고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고, 진심에서 나오는 눈물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방지하고 자연을 살리는 사업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명숙 전총리는 총리공관에서 곽사장으로부터 5만불의 현찰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믿고 싶었다. 법원의 무죄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수구꼴통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김대중, 노무현은 빨갱이 좌파이고, 그들이 집권했던 10년이 “잃어버린 10년”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이 땅에서 수구꼴통으로 사는 것은 참 단순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무 걱정없이, 고민없이, 의심없이 그냥 정부나 언론이 얘기하는대로 그냥 믿으면 된다. 반대하는 자들은 그냥 “좌빨”로 몰아붙이면 된다. 가끔은 나도 그렇게 단순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

지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나라는 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거짓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오늘 하루 별일 없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의 “유능한” 천안함 침몰 대응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의 “유능한” 천안함 침몰 대응

지난 열흘 동안 드러난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천안함 침몰은 바다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거대한 안전사고로 보인다. 배에 물이 들어오자 함장은 항로를 이탈해 섬 연안으로 배를 몰았으나 급격한 침수로 배꼬리는 침몰되기 시작했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배는 두동강 나버렸다. 배꼬리에 있던 46명의 병사들은 바다에 수장되었고, 사건 발생 열흘만에 처음으로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이 사건의 전말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자들이 지난 열흘 동안 한 일이라고는 이 사건을 어떻게 은폐할 것인지였다.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교신 일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함장을 비롯한 58명을 생존자를 병원에 격리시켜 놓았으며, 국방부 장관이란 자는 연일 국회에서 “어뢰 가능성” 등을 흘리고 있다. 애꿎은 잠수부대 대원들만 목숨걸고 개고생했고, 그 와중에서 한주호 준위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군다나 수색 작업에 참가했던 금양호마저 침몰해 어부 9명마저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이런 엄청난 안전사고만으로도 해군과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텐데 이 자들은 지금까지도 사건을 은폐하여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며, 수장된 병사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급기야 감당할 수 없는 거짓이 되었을 때 그 거짓은 파멸을 낳는다. 이것은 거짓의 달인 이명박이 정권을 잡았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수구반동 기회주의 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무능한 좌파 정권 10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사기를 일삼았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모든 비극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이 보여준 “유능한” 대처란 사건을 어떻게 은폐하고 책임을 어떻게 회피하며 국민을 어떻게 기만하는가에 있다. 이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이미 조중동 같은 쓰레기 언론과 떡검이라 불리는 검찰을 등에 업고 손바닥으로 계속 해를 가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것이 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아니 통하게 만들어 버릴 자들이다. 이들은 탐욕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고, 오직 부패와 사기에만 유능할 뿐이다.

이들의 거짓말과 은폐, 그리고 사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현역장군조차 인터넷과 휴대 전화 때문에 이제는 옛날같은 군부 쿠데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이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 화수분 같은 이들의 거짓과 기만의 향연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 땅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이들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을까? 탐욕과 거짓과 사기가 승리할 수 있을까?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과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 전달되고 공유되는 이런 시대에도 탐욕과 거짓과 사기가 계속 승리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장병들과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다음 생에서는 거짓된 세상에 태어나지 말길 빌 뿐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

지난 3월 26일 (벌써 5일 전의 일이다)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두동강이 난 채 침몰했다. 천안함에는 승조원 104명이 타고 있었는데,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침몰된 배꼬리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진척이 거의 없다.

함장을 포함한 58명이 구조되었는데도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해군과 국방부 그리고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밝힐 만한 정보를 내놓고 있지 않다.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은 어떤 이유에 의해선지 노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사고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고 여러 가지 추측과 억측만 난무할 뿐이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언론과 한 차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하나마나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고 원인은 = 내부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인양 후에 진상조사를 하면 알 수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반파돼 배 반쪽은 없어진 상태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사항이다. 인양후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 답변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이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답변이다. 침몰 사고의 당사자이자 책임자가 이런 계산된 답변을 한 것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말 모르든지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최원일 함장의 답변 중에서 그나마 가치가 있는 것은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라고 얘기한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동문서답은 배에 대해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 아들(상병 정범구)이 전에 한번 배타면 10~15일 후 복귀하는데 수리를 위해 들어온다고 하더라. 정말 배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실을 말해달라 = 순식간에 두동강이 났다. 사고지점은 평소 작전지역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꽝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보였다.

배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원일 함장은 엉뚱한 답변을 한다.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지점에 대해서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천안함 같은 큰 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해서 수심 30미터도 되지 않는 연안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지역은 백령도 남쪽 인근 연안으로 수심이 낮은 곳이었다. 어떤 작전 때문에 천안함이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군당국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고 직후 최원일 함장은 휴대전화로 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를 비행물체로 오인해 76mm 대공포를 5분 동안 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며, 사고 지점에 해군이 먼저 도착하고도 아무런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최첨단 군함들이 이틀 동안이나 침몰된 함미를 찾지 못하고어선이 찾을 때까지 기다린 것도 그렇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데, 정작 이런 의문을 해결할만한 답변을 군당국은 제시하지 못하거나 안하고 있다.

오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항해사가 본 천안함 침몰 원인은 침수다”라는 글은 그동안 나온 여러 추측 가운데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으로 판단된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피로 누적으로 천안함이 두동강 났다는 것이다. 이런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에 의한 선박 사고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는 것이다. YTN의 보도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안함은 칼로 자른 듯이 두동강이 났고, 폭발로 인한 사상자가 없다는 점, 아무런 부유물도 없고, 화약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는 피로 파괴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천안함 자체의 결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QUESTION: South Korea’s defense minister said he did not rule out North Korea’s involvement in the sinking of the South Korean vessel, Yellow Sea. So do you have any comment?

MR. CROWLEY: Well, we’ll defer to South Korea to make their judgment. I don’t think we’re aware that there were any factor in that other than the ship itself.

질문 : 한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군함의 침몰에 북한이 연루 되었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대해 할말 있나?

크롤리 차관보 : 글쎄,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은 한국정부가 할 일이지만, 우리는 천안함 자체 말고는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 Daily Press Briefing 2010년 3월 29일]

지난 5일 간 해군을 비롯한 국방부와 정부의 행태로 봤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과 정부는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생존자들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경우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의 지휘 체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이명박 정권과 다가올 지방 선거에도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천안함 꼬리에 40여명의 장병들이 갇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살아나올 확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젊은이들이 지은 죄라고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에 입대한 것뿐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을 지키겠다고 배를 탔다는 것뿐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군 면제자 또는 기피자들이 안보장관회의라는 것을 열고 있고, 천안함 배꼬리에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 장병들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구하겠다고 나선 노병 한주호 준위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난 2년간 이 나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살았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지독히 운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천안함 실종자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도 사치인가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도 사치인가

먼저 이글은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김길태를 변호하거나 두둔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김길태가 진짜 여중생을 살해한 범인이라면 그는 그런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댓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김길태가 체포된지 며칠이 지났다. 경찰은 시체에서 나온 김길태의 DNA가 나왔다며 김길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김길태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증거는 시체에서 나왔다는 김길태의 DNA뿐이다. 그것 이외에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 DNA 증거를 100% 인정한다 해도 아직 김길태에게 살인범의 혐의를 씌울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살인을 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들이 김길태를 싸이코패스로 몰기 시작했다. 그가 진짜 싸이코패스인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알려진 것은 그가 성폭력 전과가 있는 전과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예외없이 누려야할 권리 중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될 수 있지만, 범죄인은 아니라는 원칙이다. 이것은 세계 인권 선언 제11조 1항과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에 명시되어 있는 원칙이다.

세계 인권 선언 제11조 1항

모든 형사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를 다룰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김길태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진짜 범인은 따로 있는데, 김길태가 그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하든, 평생 감옥에 갇혀있게 되면 어찌 하겠는가? 김길태라고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게 김길태가 아니고 당신이나 나라면?

이번 김길태 사건은 2008년 12월에 발생한 조두순 사건과 엄청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조두순은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인생이 망가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언론은 처음에는 그 사건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성폭력 상해나 살인 사건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사건 발생 후 9개월이 지나고 한 방송국에 의해 이슈화되자 그때부터 난리가 났는데, 그때도 언론은 그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석연치 않다. 유래없이 이명박이 개입했다. 개입하자마자 방송은 유래없이 특별방송까지 편성해 공개수배에 나섰고, 미적대던 경찰은 갑호비상령까지 내리면서 용의자 체포에 주력했다. 그리고 거의 전 언론이 달려들었다. 왜 그랬을까? 왜 조두순 사건 같은 수많은 성폭력 상해, 살인 사건에는 크게 관심을 안보이던 권력과 언론이 이번 사건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었을까?

권력과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배경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김길태가 진짜 범인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결정적 증거가 없고, 피의자의 자백조차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김길태를 살인범으로 단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증거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사치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명박이든, 김길태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보편타당한 원칙이다. 물론 어떤 이는 흉악범에게 무슨 인권이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김길태가 흉악범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가 흉악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경우에는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니 결정적 물증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처럼 우리는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때 김길태를 욕하고 처벌해도 늦지 않다.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2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2

김민석(이라고 쓰고 김민새라고 읽는다)이라는 자가 있다. 이 자가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고의원이란다. 이 자는 유시민이 경기도 지사에 출마한다고 선언하자 연일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며 유시민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최종적 선택을 보고 말씀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면서도 “원래 경기도에서 국회의원 하다가 대구 가서 대구시장 한다고 했다가 서울 왔다가 또 경기도까지, 어디까지 갈지”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나온 국민참여당은 지도급 인사들을 영남에 전진배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상당한 아쉬움을 갖고 있고, 그게 노무현 정신에 맞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유시민, 영남 출마가 노무현 정신에 맞지 않나?”, 프레시안>

아무리 인간 말종이라지만, 김민석이라는 자가 어떻게 “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을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아무말이나 함부로 지껄여도 되나? 배신을 밥먹듯 하는 이런 자가 어떻게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의 최고의원을 할 수 있으며,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그러고도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유시민이 정계에 발을 담근 이유가 바로 김민석 같은 자가 노무현 등에 칼을 꽂았기 때문이다. 2002년 후단협을 만들고 정몽준에게 날아간 자가 누구였던가? 그 단일화 과정에서 끝까지 훼방을 놓고 재를 뿌렸던 것이 누구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구? 그러면 오마이뉴스의 유시민 인터뷰를 읽어보라.

유씨는 “국민후보로 뽑힌 노무현을 아무런 이유없이 낙마시키려고 하는 민주당 반노(反盧)·비노(非盧)그룹의 행동은 국민들에 대한 배신 행위이자 사기 행위”라며 “이같은 비민주적인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항의하는 시민·지식인 사회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일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운동 시절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화염병 들고 바리케이드로… 노무현에 대한 반칙 응징하겠다”, 오마이뉴스>

2002년 민주당은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았고, 김민석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더러운 짓을 일삼았다. 오죽했으면 당시 시사평론가였던 유시민이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심정이라고 얘기했겠는가. 그런 김민석이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면서 유시민을 비난하고 헐뜯는다? 지나가던 이명박 <무소유> 읽는 소리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식 날, 유시민을 자기 후계자로 삼았다. 물론 공공연히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은 유시민에게 고맙다며 기어이 봉하마을 퇴임기념식 단상 위로 유시민을 불러 올렸다. (나는 이 동영상을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제가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그랬듯이, 어려울 때 친구가 친구고, 어려울 때 견디는 정치인이라야 진짜 정치인입니다.

<노무현, 봉하마을 귀향 연설 중에서>

누가 뭐래도 노무현의 뒤를 잇는 후계자는 유시민이다. 어디 감히 김민석 따위가 유시민에게 노무현 정신을 운운한단 말인가? 아직도 이런 자가 민주당 최고의원을 하고 있기에 민주당의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개판을 치고도 히히덕거리고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김민석은 그 입 다물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영원히 잊혀져야 한다. 그 길이 그나마 김민석이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김민석 같은 인물이 있는 한, 민주당은 결코 한나라당을 넘어설 수 없다.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1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1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생전의 관계가 어떠하든 예의를 차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어제 입적하자마자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논평을 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 <조화로운 삶>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산중에 생활하며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써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한 추천의 사유도 소개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해외 출장이나 순방갈 때, 휴가 떠날 때 법정 스님 수필집을 지니고 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면서 그 비슷한 점을 “소박한 삶과 중도”라고 밝혔다.

<청와대 “이대통령과 법정스님 ´중도´ 철학 비슷”, 데일리안>

내가 알기로 법정 스님은 <조화로운 삶>이란 책을 쓴 적이 없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을 읽은 적은 있지만, 법정 스님의 <조화로운 삶>은 없다. 도대체 이명박이 읽었다는 책은 도무지 무엇이란 말인가. 법정 스님의 저서가 조화로운 삶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나온 적은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책은 안 읽고 출판사만 읽었단 말인가.

이명박이 즐겨 읽는 책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말을 듣고 기겁을 하며 웃은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명박이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한 것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책은 그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못준 것 같다.

이거야 청와대 대변인의 하찮은 실수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뒤의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자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이명박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면서 그것을 “소박한 삶과 중도”라고 말했다. 갑자기 개그맨 안영미의 말이 생각났다. “얘네들 미친 거 아냐~~.”

입적하신 스님을 욕보여도 이렇게 욕을 보일 수 있을까. 스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반대했다고 이런 식으로 욕을 보인다 말인가. 어떻게 이명박의 철학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당신들의 상상력이 부럽기만 하다.

법정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지금의 4대강 죽이기) 사업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연을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생명의 근원으로서 하나의 생명체로서 바라봐야 한다. 자연은 인간과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 자연의 일부분이며, 커다란 우주 생명체의 한 부분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자연을 함부로 망가뜨릴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다.

<중략>

강은, 살아 있는 강은 굽이굽이마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이런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를 파서 물을 흐르지 못하도록 채워 놓고 강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놓으면 그것은 살아 있는 강이 아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국지성 호우는 토막 난 각 수로의 범람을 일으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물의 그럴듯한 그림으로 지역주민들을 속여 엉뚱한 환상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다.

일찍이 없었던 이런 무모한 국책사업이 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우리 국토에 대해서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법정 스님, 한반도 대운하 안된다>

법정 스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한반도 대운하, 즉 4대강 죽이기 사업은 이 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이고,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며,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온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사업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진행하는 자들이 법정 스님과 철학이 비슷하다고? 그것도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스님의 법구 앞에서 할 말인가? 그러고도 당신들이 과연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할 수 있는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자들이여, 이제 더 이상 법정 스님의 맑은 정신을 욕보이지 마라.

5만불 받은 의자를 보며 한명숙 대통령을 꿈꾸다

5만불 받은 의자를 보며 한명숙 대통령을 꿈꾸다

결국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돈을 준 것은 한명숙 전 총리가 아니고, 총리 공관에 있는 의자임이 밝혀졌다.

곽 전 사장은 “돈을 직접 줬느냐”는 김형두 재판장의 질문에 “오찬이 끝난 뒤 두 장관(강동석, 정세균)이 나가고, 내가 조금 늦게 나가면서 인사를 하고 나갔다”며 “인사는 포켓 안에 든 돈봉투 2개를 내가 앉았던 의자 위에 놓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재판장이 “(돈봉투를) 식탁이 아니라 의자에 놓고 나온 게 맞느냐, 오찬 참석자 4명 중 돈을 놓고 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곽 전 사장은 “4명 중 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 재판장이 거듭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놓는 장면을 봤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인사하면 미안하니까 그냥 놓고 나왔다, 어떻게 보여주겠느냐”고 답했다.

<곽영욱 전 사장, 돈봉투 진술 ‘오락가락’, 오마이뉴스>

총리 공관의 의자는 돈 5만불을 받아 어디다 썼을까? 이제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의자를 체포해 구속시키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런 물증도 없이 오직 돈을 줬다는 곽 전 사장의 말에만 의존해 (이것도 곽 전 사장이 자발적으로 얘기했는지조차 의심스럽긴 하지만) 한 전 총리를 기소한 검찰이지만, 법정에서 곽 전 사장은 의자에다 돈을 놓고 왔다라고 했으니 검찰의 처지는 사면초가가 되었다.

검찰은 “총리 공관 의자”를 출국금지시키고, 당장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시켜야 할 것이다. 모든 과정이 TV로 생중계될 것이고, 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다. 과연 검찰이 의자의 유죄를 밝혀낼 수 있을까?

내가 인정하는 수구반동 기회주의 세력의 단 한 가지 능력은 이들이 동물적 감각으로 누가 핵심인지를 찍어낸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이고 난 후, 이들은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 세력의 핵심임을 알았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혐의를 씌워 한 전 총리를 기소한 것이다. 노무현을 죽였던 것처럼 한명숙도 죽이려 한 것이다.

그런데, 한명숙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노무현을 포함하여) 이땅의 모든 남자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연호 기자와 만나 인터뷰했던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친노 예비 후보들 중에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누가 되는지 모르지만, 나보고 마음대로 지명하라고 그러면 한명숙씨요.”

“앞으로의 우리 정치는요, 이것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상대하고도 대화를 하는 쪽으로 가야 됩니다. 사회적 갈등 과정에서도 사람들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근데 그 점에서 한명숙씨가 굉장히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 소신에 관해서는 강단이 있지만 사람이, 느낌이 부드러워요.

“부드러우면 상대방한테 신뢰를 줘요. 이 사람하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다 진심인 줄 알고 진지하게 대화를 해요. 나까지 나서 대화를 해도 도저히 안 풀리는 어떤 사안이 있어서 한명숙 총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이제 그만두십시오. 그거 되지도 않을 타협을 뭘 자꾸 하려고 그럽니까?’ 그러면 한 총리가 ‘아, 그래도 조금 며칠만 나한테 맡겨놓아 주세요’ 합니다. 그러면 내가 그 사안을 잊어먹고 있으면 보름 되고 한 달 되고 하는데, 어찌어찌 해 가지고 그 문제를 풀어서 가지고 와요.”

앞으로 우리 정치 풍토나 분위기 같은 것으로 봤을 때 좀 부드러운 지도자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점이 부족한 것이) 나는 항상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만 보면 이상하게 이 사람들(정적)이 저 사람이 나를 뭔가 해코지할 거라는 불신 아닌 불신감을 갖고 있거든. ‘또 저게 무슨 꼼수를 내나?’ 저 사람들은 내가 꼼수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나는. 꼼수를 안 부리는데도.”

<“내 마음대로 차기 지명하라면 한명숙” 승부사 노무현, 부드러움을 부러워하다, 오마이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안목은 정확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소신과 강단이 있으면서도 상대방을 감싸안는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명숙 전 총리를 볼 때마다 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천하의 노무현도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을 가질 수 없었고, 그걸 가진 한 전 총리를 부러워했다.

수구반동 기회주의 세력의 앞잡이가 되어 버린 검찰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 세력의 핵심임을 꿰뚫어본 것은 가상하나, 그를 절대로 잡아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의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해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 시장에 당선될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오를 것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박근혜가 유력한 차기 후보가 될 것이고, 그 박근혜를 잡을 사람은 바로 한명숙 전 총리가 될 것이다. 한명숙을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했던 노무현의 바람은 역설적으로 검찰의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가 인생을 그렇게 살아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말은 아무나 한다고 울림을 주는 말이 아니다. 그에게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그리고 나는 오늘 5만불을 받은 의자를 보면서 한명숙 대통령을 꿈꿔 본다.

궤변의 달인, 노회찬

궤변의 달인, 노회찬

조선일보와 노회찬은 양립할 수 있을까? 얼핏 보면 이 둘의 사상이 극과 극으로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조선일보와 노회찬은 분명히 양립할 수 있다. 언젠가 노회찬이 밝혔듯이, 노회찬은 30년간 조선일보를 구독해온 애독자다. 따라서 그가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런 정서적 거부감이 없다.

노회찬을 아직도 진보 진영의 대표 인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노회찬의 조선일보 생일 잔치 참석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것은 노회찬 잘못이 아니고, 노회찬을 진보인사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잘못이다. 노회찬은 본인이 밝혔듯이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이기 때문이다. 애독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신문의 창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뭐가 대수인가.

파문이 일자 노회찬은 자신의 블로그에 궤변으로 얼룩진 변명을 늘어 놓았다. 내가 노회찬을 비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노회찬이 조선일보 창간 행사에 간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에 대한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지껄인 것이 문제다. 노회찬은 겉으로 선명한 진보 정치인의 이미지를 지켜나가고 싶은 동시에 속으로 조선일보 30년 애독자로서의 애정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노회찬은 변명 중에 몹시 거슬리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합리화다.

일부에서 저의 그날 강연을 놓고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로서 조선일보를 최고의 신문으로 고무찬양한 강연’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평양을 방문한 한 교수가 방명록에 덕담 한마디 쓴 것에 대해 북한을 고무찬양한 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조선일보가 기사를 쓰기 전의 일입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온데 간데 없고 덕담 중 몇마디로 저의 철학과 소신과 강연내용을 왜곡한 것입니다.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하니 ‘아니면 말고’라는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싸우면서 닮는다는 옛말 있습니다. 제가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싸우는 동기가 되었던 ‘조선일보식 글쓰기’를 닮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회찬, 감사와 함께 사과드립니다]

자기 행위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다. 겉으로는 조선일보식 글쓰기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조선일보를 애독한다. 그러면서도 선명한 진보 정치인인듯 행세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이중성을 몹시 싫어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말로만) 항일 독립 투사가 일본 천황의 생일 초대에 참석해서 천황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건배를 했다면 그는 진정한 독립 투사인가, 아닌가? 사람들이 그가 천황의 생일 잔치 참석한 것을 비난하자, 그는 “천황과 대화하면서 그를 변화시키러 간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우리 안에도 ‘일본 제국주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이 그의 진정성을 믿어 주겠는가?

예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을 가장한 정치집단이면서 사익추구집단이다. 그들의 이념은 보수도 아니고 오로지 “기회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친일 반동 기회주의 집단의 본류 중에 하나가 조선일보인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포용의 대상도 아니고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하나의 시금석이다. 조선일보를 인정하느냐, 하지않느냐로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과 진정성을 판별받게 되는 것이다.

노회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제발 담백하게 살라는 것이다. 노회찬이 조선일보 애독자라고 해서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건 노회찬의 자유다. 하지만 괜히 말도 않되는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는 생각” 따위의 변명은 정말 보기도 싫고, 견디기도 힘들다. 조선일보를 읽고 조선일보를 위해 건배하는 것 다 좋은데, (우리 인간적으로) 제발 선명한 척, 진보인 척은 하지 말자.

사실 시간 내가면서 노회찬에 대한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유창선의 “조선일보 기념식 참석, 노회찬을 위한 변명” 을 읽고는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유창선, 이사람은 또 뭐냐? 안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생긴 말인가 보다.